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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10. 2021

2019년 10월 27일

귀여운 개를 볼 때도 어머 너무 귀여워하며 눈 속에 축축한 슬픔을 배고 바라보게 된다. 개미나 거미보다 훨씬 크지만 귀여워서, 귀여워져서 스스로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진다. 고기로, 번식용으로, 집 지킴이로 또는 단지 배경으로, 지정된 공간에서 모든 삶을 끝내야 하는 존재. 안락한 환경에 살게 된들 누군가 밥을 챙겨줘야 하고 똥오줌을 치워주고 씻겨줌을 감당해야 얻을 수 있는 삶.

스스로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외부 존재.

자연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은 모순적인 존재.  


오래전 일이 생각이 났다. 평화로운 개천 길 자전거를 탄 나이 든 남자는 신났고 자전거에 끌려 혓바닥을 내밀고 달려가는 개는 달리면서 똥을 싸고 자전거를 탄 나이 든 남자는 여전히 기분 좋게 페달을 밟고.

바라보는 나는 그  순수한 일방통행이 너무 슬프고 답답했다.


20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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