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가 나이 들어가면서 비단이의 노년은 내가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결심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개의 노년을 지켜준다는 건 상냥한 마음만으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시간, 마음의 여유, 돈, 인내, 인내, 인내.
작은 개를 지켜주는 일조차 내 살을 깎아내야지만 이루어지는 일이란 걸 몰랐다. 삶을 이루는 건 커다란 흐름이 아니라 디테일이란 걸. 밤 낮 터지면 멈추기 어려운 기침소리는 가끔 입 밖으로 상소리가 나오게 만들었고 한 번 갈 때마다 몇 십만 원씩 지불해야 하는 병원비와 약 값에 기가 죽었다. 약을 먹일 때마다 억지로 입을 벌려 밀어 넣고 뱉어내는 것도 모조리 다시 주워다 비단이의 입에 밀어 넣으며 미안한 얼굴로 머리통을 쓰다듬는다. 매일 먹는 약은 심장을 뛰게 하고 기침을 잦아들게 만들면서도 신장과 간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조금이라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밥은 물론이고 물을 끊임없이 챙겨줘야 한다. 맹물을 주는 데로 받아먹으면 얼마나 편하겠냐만 스스로 먹는 물은 최소 음수량에 비하면 초라한 양이라서 되도록이면 물을 맛있게 많이 먹이기 위해서 계속해서 궁리를 해야 한다. 길게 뻗어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밥그릇을 싹싹 비우는 모습을 보면 나도 입맛이 돌았다.
201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