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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12. 2021

2019년 10월 29일


어떨 땐 마치 기침소리 자체가 하나의 인격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 비틀리고 성난 존재는 비단이의 폐나 목에서 가만히 기생하고 있다가 심사가 뒤틀릴 때면 비단이를 온갖 참지 못할 방식으로 괴롭혀서(간지럽히다가 쥐어뜯다가 콱콱 찔러버린 후) 튀어나와 뭐라고 꽥꽥 지랄거리곤 한다. 본디 비단이는 아무리 병색과 노환으로 꾀죄죄해졌다 해도 그 본질적인 귀여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비단이와 비단이의 기침은 지구와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만큼이나 머나먼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러므로 비단이에게서 튀어나오는 기침소리에 쌍욕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도 그건 결코 비단이를 향한 게 아니라 비단이에게 기생해 있는 그 저주스러운 존재에게 쏟아지는 것이다.  


비단이는 한참 동안 멈추지 않는 기침이 끝나면 방바닥이나 방석에 쓰러지듯이 누워 숨을 쌕쌕거린다. 비단이를 힘들게 하는 그 망할 것을 완전히 떼어내 버리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선 악마와 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비단이가 기침을 하지 않는 동안 우주는 조용하다. 그러다 얼마 후 우주는 다시 부글거린다. 나와 비단이와 남편이 존재하는 우주는 가만히 팽창하기만 할 뿐이다. 여기서 비단이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우주에 특이점이 오는 게 아닐까.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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