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가려면 여러 개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짧은 거 긴 거 똑같아 보여도 다른 터널들. 마지막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을 다녀오면서 비단이와 우리는 터널에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구멍인지 알 수 없는 터널 말이다. 짧을 수도 있고 매우 길어 지루할 수도 있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마지막에 모두 통과해야 하는 터널. 제발 비단이의 터널이 길지 않고 넓고 답답하지 않은 구멍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터널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자 숨이 턱 막혀와 또 삶의 멀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신 잘 차리자. 제일 우선은 비단이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다. 집 근처로 옮긴 병원에서 담당하게 된 의사는 비단이를 진료하던 첫날 삶의 질을 언급했다. 산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지금 비단이의 삶의 질은 얼마큼일까.
나는 개들은 주어진 환경에 매우 잘 적응하고 만족할 줄도 아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거 같은 신경을 거스르는 기침소리에 잠에서 깨어 비단이에게 다가가 보면 비단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힘든 기침을 열심히 토해내고 있다. 내가 혹시라도 기침을 못 하게 막을까 요리조리 나를 피해 기침을 한다.
어느 날은 갑자기 발톱깍이는 게 너무 무서워졌다. 그동안도 쉽게 깎인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리게 무섭지는 않았었다. 병원에 들를 일이 있으면 부탁하거나 미용을 맡기거나 전동공구로 발톱을 갈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201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