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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14. 2021

2019년 11월 3일

지난밤에는 왜 멀뚱하니 앉아있던 걸까. 숨을 헥헥 대는 것도 아니었는데 가만히 생각 중인 사람처럼. 그런데 앞다리 힘도 없고 피곤했는지 살짝씩 조는 것 같기도 하고. 치매도 아니고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기침을 한참 하다가 기침이 그쳤는데도 한 시간 넘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보통은 기침이 거의 멈출 때쯤이면 바닥에 털썩 옆으로 누워서 나머지 기침을 켈륵거리다가 쉬는 패턴이었는데. 나중에 자꾸 껴안고 쓰다듬는 내가 귀찮았는지 이동장으로 옮겨가서 누워 잠들긴 했지만 한 시간 후에 다시 기침으로 일어나야 했다. 


기침.

심장 병원에선 비단이 심장과 폐 상태 때문에 이 정도 기침은 안고 가야 한다고 했고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2주 정도 지켜보다 보니까 기침은 생각보다 나쁜 놈이었다. 

기침약들과 늘어난 약 용량으로 입맛이 예전 같지 않은데 기침이 수시로 나와대니까 물먹다가도 기침이 나와 마시다 말고, 밥맛도 없어 밥을 조금뿐이 못 먹고 그러다 보니 위장은 쎈 약들을 어찌 버틸까. 속이 안 좋으니 입맛은 더 없어지고 양껏 못 먹으니 기운은 점점 딸리는데 남은 기운은 기침하는데 모조리 써야 한다. 비단이의 남은 생은 단지 기침뿐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심란해지고 기침하는 비단이를 도와줄 수 없어서 화나고 비단이의 기침으로 덩달아 한두 시간마다 깨어야 하는 내 정신도 말짱해지질 않는다.

한참 기침하다가 쓰러져 쉬는 비단이를 깨워 약을 억지로 먹여야 하고 비단이는 억지로 약을 먹이는 나를 경계하려고 하고. 


201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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