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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15. 2021

2019년 11월 4일

지인들이 비단이의 안부를 물으면 기분이 좋았다. 비단이의 존재감이 타인들과의 사이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사랑받고 있는 어떤 것이 존재감이 없을 수가 있나? 가끔 비단이 미용을 맡기고 집에 들어오면 집이 텅 빈 것 같다. 세상이 조용히 나에게 멀어진 느낌이고 나는 세상에 묻힌 존재 같다. 비단이는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을 보내면서 나도 모르게 내 세상을 키워줬다. 그런 존재였다.  


이상한 일은 어떤 것들은 사라지고 나서야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질적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내 삶에서 비단이의 위치는 어디쯤 일지 생각하려 하면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이 떠오른다. 부모, 형제, 친인척, 친구들.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시작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었다. 사람과 동물의 사이였다. 비단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지금 나는 어쩌면 주위 사람들을 섭섭하게 만들것이 분명한 위치에 비단이를 올려놓고 있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해주고 나와 함께 오랜 시간 성장하고 나와 대화를 나눠주던 좋은 사람들. 그들과는 어쩔 수 없는 벽을 만들고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비단이와는 아니었다. 나는 비단이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었다. 사랑이 샘솟는 기쁨. 이것저것 잴 것 없는 사랑. 내 사랑을 비난하지 않는 존재. 내가 마음껏 안겨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비단이가 유일하다. 나의 이런 진심을 안다면 아마 내 삶에서 비단이가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든 서로가 서로에게 결코 그런 존재는 될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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