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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16. 2021

2019년 11월 6일


비단이가 복도에서 자고 있길래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동안 방에 가만히 있었다. 나중에 비단이가 보고 싶어져 가봤더니 네 다리를 오그리고 떨고 있었다. 놀라서 안으려고 했을 때 목이 좀 뻣뻣해져 있었고 귀가 평소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얼른 방석으로 옮겼다. 





비단이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는데. 이래저래 약 조절해서 기침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기침이 나아졌다고 해봤자 한 번 시작한 기침은 10분 정도 이어지고 그런 걸 하루에 10번 정도 하고 중간에 잠깐씩 켈록대는 정도다.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하다. 심할 땐 비단이도 힘들어서 휘청이고 나도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였다. 비단이가 지금 심장병 말기고 폐도 좀 안 좋지만 기침이랑 밥 안 먹는 거만 빼면 너무 말짱한데. 수의사가 몇 달뿐이 안 남은 것 같다고 하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나빠지면 올해도 힘들 거라는데 정말 나는 속으로 ‘뜨신 밥  먹고 왠 헛소리를 하냐’는 생각만 들었다. 심장병 중기로 약 먹기 시작해서 2년 3개월 정말 좋은 컨디션 유지하면서 지냈는데 폐수종 오고 이렇게 갑자기 안 좋아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다음 달에 친구들과 전시할 그림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고, 매일 검색하고 훌쩍이다 비단이에게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했다가 버리고 하는 일이 요즘 생활이다. 어제는 미친 듯이 습식 캔 주문해놓고 제발 비단이가 먹어줄까 몇 시에 줘야 조금이라도 먹어줄까 같은 고민으로 나까지 입맛이 없어졌다. 지금은 좋아하는 간식은 입맛이 좋은 시간대에 먹기는 한다. 그래 봤자 육포 종류, 고구마, 배추, 계란, 소고기 같은 것들인데 그나마 먹는다고 많이 먹이면 신장이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도 번수치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막 주기가 겁나고 안 주자니 기력이 떨어지는 강아지를 보고만 있기도 답답하다. 2주 전엔 오줌으로 피가 잔뜩 나와서 새벽에 24시 병원에 달려갔었다. 방광염 소견으로 항생제를 먹고 지금은 괜찮아졌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신장 수치도 있고 해서 의사 소견으로 일단 끊었다. 일요일 밤에도 오줌에 피가 조금 나왔는데 금방 괜찮아졌다. 그러더니 엊그제 조그만 결석이 하나 나왔다. 밥을 안 먹게 되면서 배고픔 때문인지 물을 많이 마신다. 따로 주는 물 종류는 전혀 먹지 않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20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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