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Dec 10. 2022

비단이에 관한 전시를 열다

- 아득하고 가득한

2022년 9월 23일 북촌의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다.


대관 계약을 했던 작년 초부터 비단이에 대한 전시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느낌들을 조금씩 끄집어내 그려보기 시작했다.

전시가 잡힌 가을이 다가 올 수록 나는 혼이 빠지는 느낌에 좀비처럼 지내고 있었다. 책 작업과 전시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진 않을 거라 예상했음에도, 쉬는 날 없이 몇 달을 지내다 보니 과부하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체력도 문제였지만 여러 곳에 신경 쓰느라 정작 어느 한 가지도 집중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하루와 일주일 단위로 정신을 꼭 붙잡고 해야 할 일들을 종이에 적어놓고 그것에만 집중했다.


다행히 전시할 그림들은 모두 마음에 들었다. 

비단이를 직접 그린 건 하나도 없었지만 모두 비단이를 향한 나의 마음과 비단이가 나에게 남겨준 느낌들로 채운 그림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 점토 작품도 몇 개 만들었다. 비단이를 포함해 친정에서 키웠던 강아지들을 흉상으로 조그맣게 만들어 나란히 선반에 올려놨다. 이건 전시가 끝난 후 엄마께 드렸다.


전시가 끝나고 내가 이렇게 개인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비단이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이에 관한 전시가 아니었다면 책 작업에 집중하고 싶어 전시를 취소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시는 꼭 해야 할 일도 아니고 돈, 시간, 에너지를 쏟아 넣어도 남는 건 거의 없는 일이니까.


가을에 했던 전시를 겨울에 떠올리며, 무사히 전시를 마쳤음에 안도하고 방 한편에 쌓아놓은 그림들로 풍족함을 느낀다. 


https://youtu.be/iNBqtpbM0gw

작가의 이전글 2022년 1월 10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