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도록
소중한 존재가 떠난 후
남겨진 시간들을 묵묵히 감당하던 어느 날,
나는 내 안에 남겨진 느낌들을 하나씩 건져 보기 시작했다.
그 느낌들은 마치 안개 같은 거여서 이렇다 저렇다
명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다행히 나에겐 그림이라는 언어가 있었고 건져낸 느낌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종이 위에 알알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전시는 그렇게 포착한 느낌들을 모아 정리하고
흩어진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면서,
먼저 떠난 존재들을 향한 나의 아쉬운 사랑이 담긴 마음이다.
나의 작은 주인에게
사랑을 담아
수신자가 누구인지 모를 기도를 했다.
바라는 것도 명확하지 않은 기도는
자꾸만 흩어졌다.
수신인이 나로 되어 있는 위로는
도통 나에게 도착하질 못했다.
나는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돌고 있었다.
결국 그 위로들은 한때의 기도처럼
신기루가 되어 사라졌다.
부질없는 기도와 많은 위로를 먼 곳에 던져두고
나는 그저 시간의 흐름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 시선이 닿는 그곳엔 지나간 시간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고 가라앉고를
무수히 반복할 뿐이었다.
이제껏 누렸던 커다란 기쁨에 상응하는
커다란 슬픔이 순서를 기다렸다가 왔을 뿐이고
이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이렇게 많이 슬픈 건
그만큼 비단이와 행복했었기 때문이구나.
- 2020년 3월 8일 메모중 일부
슬픔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들이 늘고 있다.
내가 비단이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서글프지만
시간은 어쨌건 흐를수록 변화를 가져온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거다.
- 2021년 4월 17일 메모중 일부
다시 밀려오는 슬픔
크게 밀려왔다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작게 작게 계속 밀려오며 흩어지는
이것이 슬픔이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슬픔처럼 오지만 어느새 사랑이 남는다.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간
작고 소중한 존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