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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19. 2021

2019년 11월 18일

비단이는 이제 괜찮아졌다. 신우신염으로 아직 항생제를 더 먹어야 하지만. 일단 밥을 먹기 시작했다. 편식은 엄청난데 뭐라도 먹는 게 있어서 너무 좋다. 건식, 습식 사료는 입에도 안대니까 동결 건조와 소프트 사료 위주로 사들이고 있다. 주말엔 수제 사료도 주문해 봤다. 닥터맘마와 비슷한 느낌이면 안 먹을 가능성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안 먹어서 방치된 사료들이 쌓이는 만큼 통장 잔고는 준다.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비단이를 생각해서 이사하지 않기로 했다. 비단이가 시한부는 아니지만 자연적 시간의 흐름상 비단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이번 위기를 겪으며 비단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더 소중해졌다.


 때문인진 모르겠는데 기침이 거의 없어졌다. 언제 또 기침 전쟁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굉장히 조용한 날들이다. 얼마 전엔 피하 수액을 시작했다. 입맛이 돌아오면서 지금은 일단 중단했고 음수량이 모자라는 날은 봐서 피하 수액을 하기로 했다. 밥을 먹으니 기운을 차릴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지나 보다. 그동안은 사실 내가 케어를 잘해서 건강한가 보다 했다. 그건 그냥 비단이가 잘 먹고 건강했던 덕분이지 절대 케어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다. 동결 건조 이틀 먹고 번 수치 상승해서 또 사료 고르는 게 힘들어졌다. 먹는다는 게 기뻐서 방심했던 것 같다. 이번에 비단이가 입맛을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있다. 애견 간식으로 나온 말랑 고구마다. 정말 아무것도 입에 안 댔었는데 자포자기 심정으로 동물 병원 들른 김에 간식들을 몇 개 사봤다. 몇 년 동안 간식은 굉장히 제한하고 오리 육포 단 한 가지만 주고 있었다. 그 덕에 건강하게 유지됐는지도 모르지만 막상 이렇게 아무것도 먹지 않는 순간이 오니 불량 간식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렇게 그날 말랑 고구마 몇 조각을 먹은 이후로 입맛이 서서히 돌아오고 기운도 찾았다. 이제 밥을 먹으니 말랑 고구마는 주지 않지만... 그때 또 기쁜 마음에 그 말랑 고구마를 몇 봉지나 인터넷으로 주문했었다. 그것들은 남편과 내가 간식으로 먹고 있는 중이다.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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