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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24. 2021

2019년 12월 23일 (1)

비단이는 엊그제 토요일 저녁 8시 31분쯤 떠났다. 

21일 새벽 12시 반쯤 응급병원으로 가서 비단이를 입원시킨 후 새벽 2시쯤 집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정신없이 자다가 오전 11시쯤 졸린 상태로 병원 전화를 받고 오후 1시쯤 병원에 도착해 1시 반쯤 비단이를 면회실에서 만났다. 산소 줄과 이뇨제 줄을 달고 누운 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울음이 크게 나왔는데 남편이 비단이를 흥분하게 하지 말자고 해서 울음을 삼키고 비단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줬다. 당시 남편은 비단이가 좋아져서 퇴원할 거란 걸 철떡 같이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추억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했던 거 보면.


나는 자꾸만 안 좋은 느낌이 들고, 비단이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퇴원을 한다 해도 멀쩡한 비단이는 아닐 거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래서 면회시간이 지나고도 그냥 계속 비단이 옆에 있고만 싶었다. 나보다 희망적인 남편은 비단이를 이제 치료할 수 있게 쉬게 해 주자고 했다. 우리는 면회를 마치고 저녁 면회시간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남편 전화로 병원의 연락이 왔다. 지금 와야 할 것 같다고. 우리는 택시를 돌려 얼른 병원으로 달려갔고 비단이는 응급처치대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마치고 의식이 돌아오는 중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하고 잠시 후 의식이 돌아와 남편과 나를 알아보고 눈을 빛내주었다.  


한번 심정지가 오고 또 심정지가 오면 안 좋을 거라고 의사가 말해주어 그 후로 우리는 면회실에서 끝까지 함께 있었다.  처음 2시간 정도는 비단이가 의식도 있는 것 같았으나 그 후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어도 우리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눈이 안 보이는 상태였는지 모르겠다. 3시간 정도 비단이는 짖고 일어서려고 힘을 줘 오줌과 똥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떠나기 한 시간 전부터는 입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연한 황토색의 물을 토했다. 당시 의료진은 구토의 처치가 끝난 후 비단이가 속이 안 좋은 것 같다며 속이 좀 진정되면 심장약을 먹이겠다고 했다. 저녁 8시가 약 먹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심장약을 먹인다는 건 그래도 긍정적인 걸까라는 거미줄 같은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수분 후 비단이는 다시 토했고 의료진은 다시 달려와서 구토를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는 다시 괜찮아지면 심장약을 먹이겠다고 말했다. 


나는 잠시 의사가 아니라 기계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지금 심장약을 먹는 게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물었고 의사는 오랫동안 약을 먹어온 상태라 먹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웬만큼 구토물을 쏟아냈는지 구토는 좀 진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나갔고 나는 비단이가 호흡하는 모습을 기록하려고 30초 정도 촬영했다. 그리고 비단이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데 비단이 눈동자가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의사가 설명해 준 모습이어서 얼른 의사를 부르고 남편을 불렀다. 여러 명이 달려들어 비단이를 깨우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다시 의식이 돌아오진 못했다.


입원한 지 16시간 만에 비단이는 떠났다.

어디가 어떻게 얼마큼 나쁜지 알아볼 여지도 주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 우리는 비단이가 평소 성격대로 떠나버렸다고 울면서 중얼거렸다. 

병원에서는 비단이를 씻기고 간단하게 염을 해서 반려동물 장례식장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 관에 비단이를 반듯하게 뉘어서 건네주었다. 남편과 나는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전에 병원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면서 혹시 몰라 통장에 천만 원을 넣어놓고 병원으로 출발했는데 비단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결제한 건 고작 70만 원이었다.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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