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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23. 2021

2019년 12월 20일


지금 비단이 상태가 어느 정도인 건지 감이 안 잡힌다.

곧 기운을 차릴 수 있을지 무섭다. 생각 같아서는 한 번에 50미리씩 마구 먹여서 체력을 올려주고 싶은데 완강하게 거부하는 비단이를 보면 또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결국 조금 먹이고 비단이를 쉬게 해 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뭐 좀 먹어야 할 텐데 하면서 마음만 졸인다. 


생전 혀 나오는 일이 없는 아이였는데 자꾸만 혀가 삐져나와 있어서 속상하고 무섭다. 비틀거리며 걷고 제대로 서지 못해 자꾸 고꾸라진다. 물 마시는 것도 안돼서 물그릇을 입 앞으로 가져다줘야 한다. 피오줌은 아직도 나오고 계속 서성이려고만 한다. 먹은 것도 없는데 질은 똥을 쌌다. 어제 쌌는데 오늘 두 번이나 또 쌌다. 변비면 변비지 질은 똥은 뭘까. 안 좋은 예감이 자꾸 든다. 무섭다. 얼른 버릇없는 눈빛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비단이 눈이 좀 멍하다.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남편은 아까 새벽 4시 반쯤 출근했다. 이따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병원 진료는 10시 반으로 예약되어 있다. 답답하다. 검사 결과 나쁘면 어쩌지. 의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봐야 할지. 비단이가 안 좋아지면 분노할 것 같은데. 누군가를 상처 주긴 싫지만 현실은 엉망진창이다. 우연. 실수를 통해 필연적으로 삶을 몰아세운다. 머리가 멍하다. 온몸이 바싹 말라버린 느낌이다.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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