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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24. 2021

2019년 12월 23일 (2)

평소 비단이를 신경 쓰고 있던 누군가가 비단이는 어때라고 물으면 눈물이 울컥하고 쏟아진다. 아침부터 눈물바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젯밤에는 기분이 점점 괜찮아져서 남편과 함께 간식도 먹었다. 아침에 냉장고 문 열고 비단이가 혹시나 먹어줄까 하고 해동하던 사료가 보여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방바닥에 굳어있는 심장약 얼룩이 신경 쓰이고 저걸 지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게 조금 화가 나고 비단이가 떠나기 이틀 전부터 응가가 조금씩 새어 나와 닦아주려고 물티슈를 잔뜩 사다 놨던 게 구석에 그대로 쌓여있는 게 싫은 느낌이 들고 싱크대에는 비단이 먹이던 죽과 유동식이 그대로 늘어져 있고. 

남편과 서로 간밤 꿈에 비단이가 나와줬느냐고 기대감에 차서 묻고.


비단이는 가루가 되어 도자 기함에 담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유골은 사물인가. 저렇게 딱딱하고 차가운 사물에 담겨서 비단이도 사물이 되어가는 걸까. 따뜻하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기만 해서 심지어 뼈도 흐물거리는 느낌이었는데 영원히 잠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돌덩이처럼 굳어져 버려서 그런 식으로 사물이 되어가는 걸까. 내가 계속 만져주고 바라보고 말 걸고 하면 사물이 안 되는 걸까. 아직 도저히 저 도자기를 만지며 비단이라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다 닦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딘가에서 문득문득 눈에 띄어버리는 핏자국을 보면 잠잠했던 마음이 울렁인다. 

희미하게 병원 냄새가 밴 비단이 털 뭉치.

비단이 냄새만 남으라고 꺼내놨다.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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