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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25. 2021

2019년 12월 24일

온기가 식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 테이블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비단이에게 인사를 한 후 비단이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책장 위를 정리했다. 비단이가 얼른 자리를 잡아야 나도 마음이 안정될 것 같았다. 


책장 위의 먼지를 닦고 초록색이 프린트된 커다란 손수건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포근한 수건을 접어 비단이를 올려놓았다. 뒤쪽 벽에는 풍경이 그려진 그림을 걸어주고 집 앞에서 주워왔던 산사나무 열매와 벚나무 열매 말린 걸 앞쪽에 놓아주었다. 예전에 부러졌던 비단이 어금니를 작은 조개껍데기에 얹어서 유골함 옆에 놓았다. 날아가는 참새 팝업카드, 작은 사슴 인형 등을 더 장식하고 마지막으로 간식 그릇에 간식을 담아 비단이 앞에 놓아주었다.  


아무래도 하얗고 차갑고 단단한 걸 만지며 도저히 비단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서 예전에 만들었던 비단이 얼굴을 그려 넣은 점토 인형을 유골함 위에 고정시켜두었다. 그러니까 이젠 정말 이 유골함은 비단이가 확실한 것 같아 쓰다듬고 말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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