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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27. 2021

2019년 12월 24일

(21일과 22일에 대한 메모 2)

고요한 아침. 

비단이를 데려왔던 종이 관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비단이 사진 몇 장을 전송했다. 장례 시간은 오후 3시로 해서 아직 비단이를 볼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남편이 걱정돼 편의점에 가서 죽과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사 가지고 왔다. 지난밤에 비단이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내가 중얼거리며 결심한 건 비단이를 보내고 오자마자 보기 싫은 물건들을 모두 내다 버리는 거였다. 피하 수액 용품들, 유동식, 약들, 보조제들, 피 묻은 장판, 매트, 패드, 기저귀, 젖병, 약병 등 비단이가 가장 아플 때 사용했던 것들.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화가 나고 누군가, 어딘가를 원망하고 분노하게 되어 견디기가 힘들었다. 


장례식장에 갈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초조해졌다. 죽은 상태였어도 비단이와 함께 있으니 마음이 어느 정도는 편안해지고  좋았기 때문이다. 비단이를 정말로 다시는 만질 수 없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하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허둥대며 대충 옷을 입고 비단이가 좋아하던 간식이랑 산책 옷, 담요 등을 챙겨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남편은 비단이가 누워있는 종이 관을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도 코와 입에서 액체가 흐르는 중이었기 때문에. 


장례식장의 사람들은 친절했다. 나는 그렇게 슬픔만이 꽉 차있는 공간은 낯설었다. 납골당을 겸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납골당에 가본 적이 없다. 죽음의 공간은 왠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미 비단이를 씻겨와서 따로 염습은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간단하게 코와 입만 닦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장례절차에 관한 걸 상담한 후 비단이와 마지막으로 작별하는 공간에서 정말로 비단이와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울고 만지고 제발 비단이에게 꿈에도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 마지막 시간의 제한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례식장에서는 우리가 충분히 이별할 수 있도록 어떤 간섭이나 주의가 전혀 없었다.  


비단이가 화장터로 들어가는 순간엔 가슴이 콱 막히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이젠 정말 없구나. 만질 수 없구나.

 다시는.


2019.12.24(21일과 22일에 대한 메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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