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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Nov 02. 2021

2019년 12월 28일(2)

비단이는 나에게 자식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지였다. 

가족. 버려지는 수많은 개들을 보면 가족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우습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개개인에게 어떤 느낌으로 들릴지 궁금하다. 적어도 나에게 가족이란 애증이 묻어있는 단어다. 하지만 비단이에게는 사랑만 있지 미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마구 사랑을 퍼부어도 되는 존재. 사랑 받이. 몇 번의 시험관 시술로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통스러웠던 때 내가 가장 의지했던 존재는 비단이었다. 나는 비단이에게 안겨서 울었다. 고작 6킬로그램의 작은 강아지였어도 누구보다 넓고 따뜻한 가슴으로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비단이가 떠난 후 내 옆엔 여전히 남편이 있지만 왜인지 혼자가 됐다는 느낌이 들어 막막했다. 정말 혼자가 됐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제야 홀로서기하는 느낌이 든다.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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