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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Nov 03. 2021

2019년 12월 29일


이제 곧 2020년이다. 그 해의 마지막 날쯤 되면 항상 새해를 맞이하는 계획들로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지금은 새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하다.  

비단이가 떠난 뒤론 머릿속으로 만 떠올리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이야기. 


비단이가 마지막으로 다니던 병원의 수의사는 비단이의 진료 방향에 대해 의견이 조금 엇갈리는 우리에게 비단이가 짧으면 올해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고 내년을 넘기는 건 더 힘들 수 있다 심장이 안 좋은 아이들은 언제라도 잘못될 수 있다며 조금은 앞서간 말을 내뱉었다. 수의사에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남편은 당황했고  나는 눈물을 쏟아버렸다. 


그 후 기침도 줄어들고 방광 쪽 질환도 잘 치료되어 빠졌던 체중도 늘어서 나는 속으로 이 상태면 비단이가 내년까지 건강할 것 같다며 의사가 그런 경솔한 말을 내뱉으면 안 되지 하고 은근히 그 말을 맘에 두고 있었다.  

6주간 항생제를 먹고 마지막으로 방광천자로 세균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한 후 남편과 비단이와 나는 신나는 기분으로 집에 왔다. 신나게 까불던 기분도 잠깐이었고 비단이는 집에 와서 잠시 후 피오줌을 쏟았다. 오줌에 피가 섞인 게 아니라 피에 오줌이 조금 섞인 정도로. 방광염으로 봤던 피오줌과는 차원이 달랐다. 병원에 전화하니 담당의는 마침 수술 중이어서 메시지를 남겼다. 통화상으론 내일까지 피가 계속 나오면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비단이는 그 이후로 새빨간 피를 몇 번 더 쏟아냈고 우린 너무 무서워서 자정이 넘어 2차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 이후로 비단이는 며칠간 피오줌, 핏덩어리를 쏟아내고 반나절 차이로 상태가 안 좋아지길 반복하다가 심장, 신장, 폐가 악화되어 손써볼 것도 없이 눈을 감게 되었다. 방광천자 후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의사가 시술을 잘못한 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비단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방광천자였다. 이건 의사도 병원도 우리도 모두 인정한 사실이었다. 비단이 방광이 건강하지 않았고 방광천자로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병원의 이야기는 납득할 수 있었다. 그저 운이 안 좋은 거였겠지. 그렇게 쏟아지는 분노를 다스리고 다스렸다. 


이제 분노는 많이 잦아들었다. 방광천자를 생각하면 분노로 가슴이 답답해졌던 것들이 견딜 만해졌다. 그런데 전에 의사가 앞서 내뱉었던 말이 떠올라 씁쓸하다. 어찌 됐든 의사 말대로 비단이는 올해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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