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조금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업하다 보면 슬픔으로 무기력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제법 남편과 농담하고 웃으며 발랄하게 지낸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핸드폰 바탕화면의 비단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주 잠깐 바탕화면을 다른 이미지로 바꾸는 게 나을까 생각했는데 비단이가 또 시야에서 사라지는 건 무서워서 힘들어도 바탕화면에 비단이 사진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은 비단이가 떠난 줄 모르고 있던 친구가 비단이의 안부를 톡으로 물어왔다.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비단이가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게 떠올라 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나는 그동안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을 너무 몰랐던 거다. 다들 이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구나.
2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