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쌓여있는 감정들의 순위를 매긴다면 1위는 분노이고 2위는 자책감이며 3위는 슬픔이다.
슬픔이 1위가 아닌 것에 또 화가 난다.
그래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난 괜찮지 않다. 비단이가 없다는 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 상황이 싫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친절한 생각을 해보고 묵묵히 진정한 듯 있지마는 갑자기 밀려오는 이 답답한 감정들로 뭔가에 집중하는 게 어렵다. 울컥하고 쏟아졌다 잠잠했다를 그냥 반복하고 있다.
남편에게 농담처럼 샌드백을 사자고 이야기했는데 뭔가 샌드백 역할을 할게 정말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비단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단이의 가장 최근이자 가장 마지막인 소식을 알리는 건 힘든 일이다. 그건 비단이의 죽음을 계속 새롭게 겪어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20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