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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Nov 14. 2021

2020년 1월 21일


엊그제 언젠가 촬영한 동영상이 생각나 핸드폰 갤러리 폴더를 열었다. 폴더를 열기 전 순간이지만 머뭇거렸던 마음은 비단이를 볼 마음의 준비를 한 거겠지. 당연히 폴더에는 무수히 많은 비단이가 담겨 있었다. 또 슬픔에 빠지기 전에 찾으려 했던 동영상을 찾아서 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영상은 남편이 나를 몰래 촬영해 둘이서 배꼽 빠지게 웃었던 거였다. 그걸 굳이 찾아서 보려고 한 건 아마 그때처럼 웃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다. 영상을 재생시키고 입을 비죽이며 있었는데 배경음으로 그 기침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비단이를 힘들게 했던 기침 말이다. 그 동영상은 더 이상 배꼽 빠지는 동영상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슬픔으로 몰아넣는 동영상이 되어버렸다. 웃을 수 없어진 우리는 폴더에 가득 담긴 비단이를 보고 또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비단이가 떠난 지 한 달이 됐다. 

나는 아직도 비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물에 헹군 붓을 탁탁 쳐서 물기를 빼는 버릇이 있다. 낮에 조용한 시간에 그림을 그리다가 나도 모르게 붓을 털고 그 소리에 내가 놀라고 곧바로 비단이가 놀랐을까 다시 놀라서 비단이를 쳐다보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패턴의 버릇이다. 비단이가 없는 지금 이 버릇은 그림 그릴 때 나를 슬프게 만드는 버릇이 되어 버렸다. 붓을 털고, 놀라고, 비단이를 떠올리고, 동시에 비단이가 없다는 사실이 무방비한 나를 공격해 온다. 

뭘 해도 비단이가 떠오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하루 종일 비단이와 붙어 있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비단이가 목 디스크가 있은 후엔 새를 보러 나가던 것도 뜸하게 됐다. 나만 밖에 나가 기분 좋은 게 왠지 비단이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20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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