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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Nov 18. 2021

2020년 2월 6일

비단이가 떠난 지 50일이 다 돼간다. 사람들이 카페에 49일이라며 글을 많이 올린다. 제사를 지내주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날짜 알림을 해 놓을 때만 해도 혹시나 내가 비단이를 잊어버릴까 봐 너무 겁이 나서 알람을 해놨었다. 그때는 이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많이 괜찮아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 아마 아직 비단이가 떠났다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뭔가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비단이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게 억울하다.  


비단이의 유골을 가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례업체에서는 날이 따뜻해지면 땅에 묻어주면 좋다고 했다. 아직 겨울이고 춥다. 따뜻해져도 비단이를 어디에 보내고 싶지 않다. 비단이의 유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든 걸까? 비단이의 유골을 어디에 묻는다고 별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 이미 비단이는 내가 사는 세상에서 떠났고 나는 그대로 있다. 정말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듯이 비단이와 헤어졌는데 유골까지도 얼른 보내라는 말은 나에겐 너무 가혹하다. 가슴이 답답하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세계의 법칙을 운운하며 지금 현재 슬프고 아픈 나에게 더 아프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전혀 나를 위해서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비단이의 영혼을 위해 하는 말 같지도 않다. 그냥 자기 세상이 그러니까 나 보고도 그렇게 하라는 말 같다. 내 세상이 어떤지 묻지도 않고서.  

지금도 유리함에 보관해둔 비단이의 털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천국을 믿는 사람들은 비단이가 천국에 있을 거라고 하고 윤회를 믿는 사람들은 남은 육신까지 보내줘야 영이 제대로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내 바람은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  

이상하다.  


2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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