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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01. 2021

2020년 3월 25일

입양 기념 같은 거 챙길 줄도 모르는 멋없는 언니였는데.

가끔 너무 알콩달콩 하게 지내는 사람들 보면 내가 너무 건조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역시 동물을 키우는 데는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나 싶고. 그러다 보면 언니 잘못 만난 비단이가 안쓰러워지고. 그래도 비단이를 길에서 데려온 것도 나고 애지중지 키운 것도 나였으니까 비단이는 나 만나서 행운이었지 하면서 혼자 뿌듯해도 하고. 아직 철부지 강아지랑 행복해하는 사람들 보면 나중에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을 생각하며 측은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미 겪었으니까 다시 개와 함께 한다는 건 자신 없어져 버렸다. 쿨하게 최소한의 간섭만으로 살아보자 했는데 실제로 그런 건 내가 편하자고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라는 게 어차피 존재 자체에서부터 사람 손을 타버려서 인간의 영역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니까 잘 키우려면 간섭을 할 수밖에 없다. 대자연이라는 곳에 개들을 위한 자리도 있을까? 있던 생물들도 사라지는 마당에...  개들이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없는 존재들이다. 책임감 있고 배려심 있는 주인을 만나는 것만이 개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2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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