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Dec 02. 2021

2020년 3월 27일

얼마 전에 동네 산자락에서 너구리 두 마리를 봤다. 피부병에 걸려서 딱한 모양새였다. 한 번 눈에 띄니까 이후로 계속 보게 됐다. 집에서 창문을 열고 바로 앞에 있는 산을 보고 있으면 졸졸졸 두 마리가 나란히 걸어가는 게 보이기도 한다. 걷다가 긁다가 걷는다. 보고 있으면 짠해서 처음엔 뭘 해줘야만 할 것 같아 마음이 심란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해 보니 잡히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했고 절대 만지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누군가 놓아둔  사료를 먹고 있었다. 오늘도 저기 산자락에 한 녀석이 부스럭거리며 걸어가는데 어쩐지 비단이가 생각났다. 비단이는 목이 짧고 굵은 편이었는데 뭔가 너구리에게서 비단이의 귀여움이 겹쳐 보였다. sns에서 개들 사진을 볼 때면 가끔 생각한다. 이 귀여운 생명체가 더 이상 내 삶에 없는 거구나. 함께 있을 때의 그 따뜻함을 다시 느낄 수 없겠구나. 근 20년을 개들과 함께 지냈었는데  힘든 시기가 다 지나고 나면 그때는 또 개를 키울 수 있을까?


2020.3.27

작가의 이전글 2020년 3월 25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