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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03. 2021

2020년 3월 27일


그동안 맘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비단이가 잘 못 된 병원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비단이가 너무 급작스럽게 떠나긴 했지만 순전히 병원 잘못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나 스스로는 그냥 비단이의 명이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 병원에서 비단이가 잘못된 이후의 병원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정리되면 병원비를 계산하고 나도 마음속의 응어리 같은 거 털어버리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또 비단이가 떠나기 전날, 그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비단이가 많이 비틀거린다는 걸 알고 비단이와 같은 시추 노견을 키우신다는 미용사분께서 비단이 발바닥 털을 밀어주셨다. 발바닥 털이라도 없어야 덜 비틀거릴 거라면서. 수의사의 요청이나 그런 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저 호의로 베풀어주신 행위였기 때문에 나중에 꼭 그분께는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됐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물었다. 병원에 찾아가서 병원비도 내고 그분께 고마움도 표현하면 어떻겠냐고. 남편은 딱 잘라 싫다고 말했다. 비단이는 병원 때문에 잘못된 게 맞으니까 그 병원에 볼일은 없고 그 미용사 분도 찾아가지 않을 거라며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마음은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것 같았다. 스스로 말이 좀 심했다는 생각을 했는지 잠시 후에 정 원하면 미용사분은 만나고 와도 좋다고 했다.  


남편을 이해는 하지만 나도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나는 바보인가. 가치관이 다르다는 건 이럴 때 힘들다. 나도 생각하기 지쳐서 병원 생각은 이제 접기로 했다. 잊자. 안 그래도 잘 잊어버리는 게 특기니까 잊자. 미용사분께는 언제라도 고마움은 꼭 표현하고 싶다. 쓰잘데기없는 것들은 잘 잊어도 고마움은 잊지 말아야지.


20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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