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을 때나 책상에 앉아 작업할 때, 가만히 인터넷 하다가 문득 비단이와 관련한 장면들이 떠오르는데 보통은 마음이 안 좋아지는 장면들이다. 병원에 데려가서 비단이가 혼자 검사받으며 느꼈을 두려움이라든지 실질적인 고통이라든지 그걸 견디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같은 것 등... 그런 장면들이 떠오르면 바로 멈춰야 하는데 멈추지 못하고 그 생각 속으로 빠져버리면 결국엔 눈물이 계속 흐르고 울적한 기분에 갇히고 만다.
조금은 의식적으로 비단이를 떠올리고 생각하는 걸 자제하고 있다. 어차피 마음과 머릿속엔 뭐라 이름 짓기 힘든 어떤 공기 같은 게 짙게 깔려 있다. 그건 비단이와 같은 건데 내가 의식적으로 비단이를 떠올리든 아니든 항상 그렇게 꽉 차있는 그런 상태로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굳이 비단이를 떠올려 버린다면 그건 이제 넘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