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가 떠나면서 내 안의 사랑스러움이 사라질까 두렵던 때도 있었다.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어떤 마음. 그 충만함. 그 행복감이 어떤 건지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웠다. 지금은 분명 알 수 있다. 그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비단이는 그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내 마음속에 가득 남기고 떠난 거였다. 봄이라서 인지 주위엔 온통 사랑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 투성이다. 비었던 어떤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다. 이건 슬픔이 끝나는 것과는 상관없다. 슬픔은 다른 것들에 차례차례 자리를 양보할 뿐 사라지는 속성은 아니다. 내가 슬픔을 잊게 될 때가 가장 슬픈 때 일 것이다. 슬픔을 사랑하자.
20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