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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11. 2021

2020년 4월 28일

비단이는 아직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한참 봄이다. 새들은 굉장히 바쁘다.


따뜻한 봄이 되니 조금은 갈등이 생겼다. 하얀 도자기에 담긴 비단이의 유골.

장례식장에서는 따뜻한 봄이 되면 좋아했던 장소에 뿌려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 당시엔 비단이 유골을 어디에 뿌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아무튼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내 마음속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비단이가 내 옆에 베개를 베고 자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비단이는 마주 보는 걸 싫어해서 항상 등 돌리고 있었는데, 털이 빽빽하지 않아서 등을 만지면 열기가 그대로 느껴지고 특히 목과 어깨 쪽에서는 누린내와 함께 손에 쩟쩟함이 남곤 했다. 그래서 미용하고 입었던 옷에서는 마치 아기 냄새 같은 묘하게 귀엽고 구수한 살갗 냄새가  배어있었다. 그 냄새가 좋아서 세탁하기 전에는 항상 옷을 손에 쥐고 킁킁거리다가 세탁기에 넣곤 했다. 그 냄새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비단이의 털 뭉치에서는 전보다 옅은 냄새가 난다.  


20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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