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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12. 2021

2020년 5월 3일


최선을 다해서 개를 돌봐준 사람들은 후회하는 일이 적을까? 내 딴에는 열심히 돌봐줬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몇 년이 그렇고 그전에 비단이가 건강했을 때는 세심하게 살펴주지 못했다.

병원에서 목줄 한다고 목 아픈 거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해서 목줄도 잠깐 했었고, 모를 땐 뜨거운 땅바닥으로 산책을 나갔었고 딱딱한 개껌이 좋을 줄 알고 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각질이 계속 생기는 피부를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몰라 피부는 방치하기도 했다. 물론 언젠가는 엉덩이를 손찌검하고 코끝을 치면서 훈계하기도 했다. 그에 비단이도 화가 나면 나를 물기도 했다. 그때 우리는 마음이 풍요롭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 팔자가 있는 거면 개 팔자도 있는 거라며 내 주머니 사정에 맞춰 그렇게 비단이는 조금 가난하게 지냈다.

내가 언젠간 죽는 것처럼 그저 비단이도 언젠가는 죽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 비단이와 지내는 삶이 이렇게 갑자기 끝나버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다른 이들이 개와 사는 모습들을 보다 보면 가끔 이렇게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서, 비단이가 행복하지 못했던 거 아닐까 불안해져서.  


글은 대부분 아침이나 낮에 혼자 있을 때 쓰고 있다. 몇 줄이라도 적다 보면 눈물이 계속 나와 금세 눈이 퉁퉁 붓고 코가 막혀버린다. 그래서 밤에 쓰게 되면 잠을 못 자게 된다. 또 괜히 훌쩍이다가 남편까지 우울하게 만들면 좀 미안하니까 낮에 혼자 있을 때만 쓰게 된다.


2020.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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