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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15. 2021

2020년 5월 18일

일찍 일어나야 해서 알람을 맞춰야 했다. 알람을 맞추는데 너무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비단이가 떠난 뒤로 알람 기능을 쓴 적이 없어서 핸드폰의 어느 구석에 그 기능이 있는지 잊어버렸다. 당혹스러움은 어떤 커다란 울적함을 몰고 왔고 나는 또 뒤척이다 잠들었다.  


주말에는 오랜만에 동네를 벗어났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새를 보기 위해 갯벌이 있는 곳으로 갔다.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갈매기를 보니 먼 곳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들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키니 친구들과의 채팅방에 대화가 있었다. 친구의 고양이가 노환으로 많이 쇠약해졌고 친구는 조금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나는 간단한 위로만 하고 더 이상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벌써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였어서 울고 싶지 않았다. 더 좋은 말로 위로해 주고 싶었는데 못했다. 지금 그 친구 마음이 얼마나 안 좋을지 충분히 이해가 됐지만 한편으론 잘 받아들이고 이겨내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들에겐 각자가 감당해야 할 아픔의 몫이 있는 것 같다. 나에게 남겨진 몫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비단이가 그립고 비단이의 빈자리가 계속 커다란 채로 있다. 아마도 내 삶은 변하고 있는 중이다. 


20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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