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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16. 2021

2020년 5월 24일

비단이를 떠올리게 했던 너구리들은 안 보이지만 그 녀석들을 보았던 장소는 지나칠 때마다 돌아보게 되고 생각난다. 자연스럽게 비단이도 생각나고 비단이를 처음 만났던 때까지도 함께 튀어 오른다. 이어서 비단이 같은 유기견을 또 마주친다면 어찌해야 할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고민도 해본다.


며칠 전 내가 은근하게 비단이 사진이 들은 폴더를 꺼리고 있는 걸 의식했는데 그게 좀 모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 올라오는 다른 개들 사진 보느니 비단이 사진을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설마 비단이 사진을 보기 싫어하나? 


사진을 보는 건 불편하고 마음이 아프다. 너무 격한 감정을 불러오는 사진들(비단이 마지막 일주일 동안의 모습들)은 따로 폴더를 만들어 넣어두었다. 그 사진들을 보려면 각오를 해야 한다. 절대로 자기 전에 비단이가 보고 싶다는 연약한 마음으로 폴더를 열면 안 된다. 하지만 나머지 사진들은 이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도 별로 비단이 사진만 따로 빼서 정리하고 있다. 너무 많아서 반 정도뿐이 아직 못했다. 일단 정리한 것만 언제든 볼 수 있게 클라우드에 올렸다. 비단이 어릴 때 사진들은 저장기기에만 있어서 일부러 사진을 보기 위해 찾진 않았었다. 어릴 때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까 내가 잊고 있던 기억들이 산더미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사진들은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예전의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하다. 나머지 사진들도 조만간 정리해야지.


20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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