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생각
인터넷 커뮤니티 글 중에 아픈 주인 대신 반려동물이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았다.
먹는 거 싸는 거 뭐 하나 인간의 간섭 없이는 자유롭지 못한 반려동물들에게 죽음에서조차 굴레를 씌워버리는 것. 확인하기 힘든 인과관계를 단지 신비로운 일로 치부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것. 정말 치사하고 오만한 생각이다.
이거랑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한참 힘들었을 때 친정에서 키우던 희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슬픈 와중에도 마음속에는 희구가 저세상에서 나에게 아이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이 그냥 머릿속에 떠올라 버린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당시엔 나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였다. 지금 내가 화가 나는 건 아마 나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죽음을 맞은 개에게 쓸데없는 짐을 지어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들은 항상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해버린다.
202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