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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14. 2021

2020년 5월 13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까. 보통 잘 견디고 있지만 너무 그리워져서 울 때가 있다. 만지고 싶어서. 쓰다듬을 때 손바닥에 닿는 비단이 체온, 엉덩이 톡톡 두드릴 때 촉감. 주둥이 근처 꼬질꼬질한 얼굴, 내 손에 남은 비단이 냄새, 너무 만지고 싶고 부르고 싶고 비단이한테 안기고 싶다.  


비단이와 있을 때는 내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비단이가 없으니까 더 작업을 못하고 있다. 힘이 났다가도 자꾸 의욕이 없어진다. 전반적인 삶의 기쁨이 없어진 느낌이다. 뭘 해도 즐겁지 않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림에 집중하고 있을 때만 즐거움을 느끼는데 문제는 집중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비단이 마지막 가는 길에 덮어줬던 담요가 있다. 왠지 세탁하기가 싫어서 그냥 쓰고 있다. 내가 무릎담요로 쓰고 있는데 이미 세탁한 지 오래돼서 쿰쿰한 냄새가 난다. 모르겠다. 오늘은 왜 이렇게 비단이가 없는 게 더 서러운지. 점심도 잘 챙겨 먹었고 그냥 잠깐 쉬고 있었는데. 쉬면서 이런저런 사진 보는 중 흔한 강아지 사진 한 장 본 건데 특별히 비단이와 닮지도 않았는데. 왜.  


비단이와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그런 충만한 기쁨을 다시 느낄 날이 있을까.


20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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