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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28. 2021

2020년 8월 10일

몇 주째 장마가 그치질 않고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비단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던 생각이 났다. 작년 가을 끝 무렵 병원 진료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와서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축축하고 쌀쌀한 날씨에 아픈 비단이를 고생시켜서 미안했고 운전을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창문으로 비가 오는 걸 보고 있으니 비단이를 데리고 병원을 들락거리던 시간들이 생각나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자려고 누워서도 비단이가 아프던 생각이 자꾸 났다. 몰입하지 않으려고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 계단에서 큰소리가 나 놀랐다. 그 소릴 듣자마자 올봄에 윗집 강아지가 주인품에 안겨 아픈 소리를 내던 게 떠올랐고 윗집 강아지는 한동안 안 보이더니 지난달 초에 이사를 갔었다. 나는 그동안 윗집도 슬픈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추측했었는데 지금 다른 이유가 떠올랐다. 

재작년 집주인은 문자로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줬는데 이사를 갈 때는 꼭 부동산에 내놓기 전에 개를 다른 곳에 맡겨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개의 흔적을 모르게 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는 알겠다고 했는데 사실 고민이었다. 이사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윗집에 강아지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은 집주인의 당부로 인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결국 우리는 비단이의 건강 문제로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한동안 바빠서 비단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는데 그래서 비단이 생각이 더 밀려오는 걸까. 어쨌든 내일은 그리다 말았던 비단이 그림을 완성해야겠다.


20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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