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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Jun 17. 2019

i draw

내 눈에 들어오는 건...

1. 엄유정 작가님


16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엄유정 작가님 작품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고, 16명을 지나쳐간 후에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은 사람이었다. 당연히 엽서로 만들어져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엽서가 그 많은 작품 중 딱 한 점뿐이었다는 게 너무나 아쉬워 인스타를 뒤져 댓글도 남겼다.


"혹시 이 사진 속 작품을 도록이나 엽서로 제작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ㅠㅜ"


내가 한참을 멈춰 섰던 곳

왜 좋았을까?

생각할게 많아져서 좋었다.


어떤 그럼 앞에서는 술 마시며 주야장천 듣던 친구의 고민이 떠올랐다. 그림 옆에 한마디, 친구가 속상해할 때마다 말해줬지만 아직 더 더 필요한 말 '잘못된 길은 없어. 너는 너 나름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거야.' 사회적 시계에 쫓기며 초조해하는 친구와 같이 자주 곱씹는 이야기이다.


또 어떤 작품에선 요즘의 내가 떠오른다. 무슨 감정인지 무슨 생각인지 도통 모르겠는 표정. '화가 난 건가? 기분이 좋은가? 뭔가 궁금한 게 있는 건가. 우울해하고 있는 걸까?.... 그냥 멍 때리는 중인가.'

요즘의 나를 내가 모르겠다.


까만 바닷물에 반쯤 잠긴 하얀 사람도 있었다.

까만 물에 삼켜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까만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보드라운 까만 물을 느끼며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림의 대부분이 까맣고 어두운데 눈이 가기도 하고, 별처럼 까만 물 위에 놓인 반짝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40개의 작품 안에 내가 생각하는 것, 고민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무서워하는 것, 잘하는 것 등등 내 모든 걸 담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좋았다.



@drawingwing


잘 그린 그림을 보고는 그다지 질투가 나지 않는다. "음, 훌륭하군. 하지만 이건 나의 길이 아니니까 뭐. 넌 너의 길을 잘 가고 있구나." 하는 평이한 마음? 그런데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 못살겠다. 나는 그림으로도 글로도 춤으로도 나의 무언가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초조해진다.




2. 같은 장소, 다른 전시, 전혀 다른 공간


디뮤지엄은 한 곳이다. 한남동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가는 버스는 뭔가 애매해서 갈 때마다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몇 번을 해야 나타나는 곳에 있다.


분명 그때 갔던 거긴데, 이번에 본 전시 공간은 저번과는 전혀 달랐다. 같은 곳이 아닌 느낌.

저번에 갔던 곳은 컨테이너 박스 같은 느낌에 찬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철제로 이루어진 간이벽들로 이루어진 시원한 공간.

원래 그런 건물인 줄 알았다. '대림미술관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 놓았구나. 양쪽에서 각각 자기한테 어울리는 전시를 기획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 갔던 곳은 철제의 찬 느낌이 사라지고 16명의 작가들의 느낌에 맞춘 16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공간 기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부터 그 일에 로망을 품었었다. 공간을 어떻게 기획해서 전시를 꾸몄는지. 조명 쓴 거 공간 나눠 놓은 거. 이런 걸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고 또 완성된 전시공간에 진짜 사람들이 들어와 어우러지고. 또 그 안에서 조율해 나가고. 이런 일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는 전혀 다른, 양쪽 끝에 있는 것만 같은 일. 지금 하는 일을 때려치우고 저기로 넘어갈 자신이 없고. 내가 상상하는 그 일이 저 업종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을지에 대한 감도 없다.


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

혼자 공부하고 찾아보고 경험해보며 아주 쪼그마한 일부터 사부작사부작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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