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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Jun 24. 2019

나는 무슨 체질일까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서메리 작가님 북토크

일에 마음을 못 붙이고 표류 중이던 때 다녀온 북토크였다. 요즘 이 작가님의 브런치와 유튜브가 내 삶이 짜임새 있게 돌아가게 해 준다.


한동안 너무 바빴었고, 정신없이 바쁘던 시간이 지나갔으나 그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내 실력이 쌓였으니 나에게 좋은 거란다. 들어는 봤나_열정 페이)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문득 화가 났다. '성격이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 (급한 대로 치과에게 적금 통장을 통째로 갖다 바친 후로 자제하고 있던 젤리를 왕창 처방해 보았지만 효과는 반짝, 한 시간을 못 갔다.)

그렇게 우울감에 몸을 베베 꼬던 차에 날아왔던 카톡.

사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일은 꼴도 보기 싫으니 9시에서 6시를 눈감은 채 보내고 퇴근 후 6시간을 알차게 보내 볼 작정이었다.




이 날의 북토크를 요약하자면,


>> point 1. 북토크 자체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북토크란 보통 책을 읽고 작가를 더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이 신청해서 가는 경우가 많은 거 아닌가?(내가 잘못 안 건가...) 그래서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보다 한걸음 더 작가의 삶에 가까워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한걸음 더 멀어져 바라보는 '회사 체질',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일반적이라고 느껴지는 설명이 이어졌기 때문.


>> point 2. 하지만! Q&A에서는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내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는 나는 지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서메리'라는 사람을 보고 있지만 바닥부터 번역, 요리, 일러스트, 유튜브 등을 시작할 때는 이 각각의 영역들은 서로 연결되지 못한 점들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보면 서로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영역들이 서로 겹쳐지고 이어져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시작하던 당시에 그렇게 멀리 내다보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당장 성과가 안 나오는 한 우물을 파는 마음도 쉽지 않은데 여기저기 파고 있으니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늘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 서메리 작가의 첫 일감만 해도 번역이 아니라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이었으니까.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사람, 그냥 회사에 치인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북토크를 들으며,

"실패를 해도, 실수를 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냥 좀 나에게 쪽팔린 게 끝이다"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는 것'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죽이 될 것 같으면 멈췄다. 이 일을 하는 것을 나밖에 몰라도 마찬가지였다.  죽이 되는지 밥이 되는지를 나 스스로에게 보이는 것도 싫어서 피했다.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객관적으로 나의 현지표를 확인하는 것은 무서워하는 모순 덩어리였다. (여전히 모순덩어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 앞에는 시작한 것과 시작하려고 생각했던 것들만 즐비했다. 내가 벌였던 일들의 실패 사례만 모아도 썩 괜찮은 자료가 될 터인데 난 중간에 멈춰서 실패조차 못했다.

그걸 깨닫고 2019년에 들어서며 세웠던 목표가 '마무리 짓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해보자는 거였다.

2019년의 반토막이 지나가버린 시점에서 목표 달성 지수를 살펴보자면 '30'.  전이라면 못했을 일들 중 올해 특별히 용기 내서 '마무리 지어본 일'이 아직 하나도 없다. 하지만 전에는 지속하지 못했던 일들을 진행 중이니까.



"모든 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시작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해서 실패가 나를 비껴가리라는 것은 큰 착각이다. 그보다는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그 부분이 삐그덕 거려 끝맺음을 피하는 것 같다.

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우여곡절이 생길지 모른다. 세상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심지어 그 변수들 중 가장 큰 복병은 나 자신이다. 나 스스로가 뭘 잘하는지는 차치하고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는 복병. 그러니 결국 '일단 해보는 것, 그것도 다양한 일을 해보는 것.'만이 답이다. 직접 해봐야만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일

북토크를 듣다가 문득 내가 좋아한다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하나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일.

서메리 작가님은 무척이나 소심해서 유튜브라던가 북토크 처럼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신이 재미있어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어? 나도 그런데?' 하고 보니 며칠 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말에 혼자 강남 교보를 서성이다가 카페에 들어가 다이어리를 끄적이고 있을 때였다. 심리학 스터디? 같은 것을 하고 있다는 두 분이 찾아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냐고 물었다. 심리학을 향한 나의 집착이 빼꼼 고개를 들어 이야기가 시작됐다. 나의 행복도를 1~10 중에 나타낸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가요? 자신의 성격 중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있나요?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하나요? 요즘의 고민거리는 뭔가요?

설문 조사에 응하듯 단답 또는 한두 문장으로 휘리릭 끝낼 수 있던 질문들에 나는 참 길게도 대답했다. 처음 보는 두 분에게 나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펼쳐 보여주면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그분들은 나의 꽤 사적인 부분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나를 오픈하고 내 이야기하는 것을 잘하고 좋아한다. 내가 겪은 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지주 다시 꺼내 되새김질하고 또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취미생활이다 보니 남들보다 매끄럽게 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눈 앞에 앉은 두 사람에게 하는 것을 넘어 글로, 영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잘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들인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왔다.  


아직 글도 영상도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전처럼 내 글을 숨기고만 싶던 마음이 옅어졌다.



다른 것도 해봐야지.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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