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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by chewover
결혼은 하고 싶고,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아요.


30이 되자 자주 듣는 질문들에 대한 현재 나의 답변이다.


www라는 드라마를 보며 결혼을 하고 싶은 남자와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여자를 보며 그들의 엔딩을 떠올려봤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기 전이었다)

아마 일단 다시 만나 사귀면서 뒷일은 모르겠다로 드라마는 마무리짓겠지. 하지만 진짜 끝은? 현실은 가장 행복한 장면에서 뚝 끊어 간직할 수 없다.


여자가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는 것보다 둘이 함께 하는 걸 선택한다면 결혼을 할 것이고 남자가 자신의 가치관보다 둘이 같이 있는 걸 선택한다면 결혼은 안 하고 동거를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결국 결혼을 하는 마지막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이 둘의 가치관 차이를 극복했다고. 그런데 반대 경우에는 남자가 희생하고 참으며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게 나의 고정관념이고 가치관이다.



그런데 이게 아이에게로 간다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남자와 내가 만난다면?

사실 나는 아이는 죽어도 싫어. 라기보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내가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 경우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아이를 원하고 내가 이 사람이 믿음직스럽다면 아이를 낳는 선택지를 택할지도 모른다.

아직 나에게 닥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 고민을 매번 뒤로 미루다 보니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단단한 내 입장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나의 입장이 없이 누군가의 생각에 떠밀려 선택하게 된다면 그다음엔 후회가 따라오진 않을까? 누군가에게 떠밀리기 전에 내가 진짜 아이를 원하는지 아닌지를 깊게 고민해봐야 하는 걸까?


늘 "5년 뒤쯤에나 고민해볼 문제야"라고 미루고 미루며 한해 한해 지나도 줄어들지 않던 5년이 한순간에 0년이 되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다. 5년 뒤로 미뤄지던 고민이 발등에 떨어졌다.


하지만! 인생은 미리 계획한다고 그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고 계획한 대로의 인생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거란 보장도 당연히 없으니 일단 마무리 지어지지 않은 고민을 다시 스리슬쩍 덮어놔야겠다.


아무것도 몰라서 재미있는 게 인생이라지만 아무것도 안보이니 답답한 요즘이다.




당연히 엄마를 붙들고 아이를 낳을까 말까 혜안을 내놓으라 떼를 썼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엄마는 아이를 안 낳아본 인생은 살아보지 못해서 비교해서 이게 더 좋더라 얘기해줄 수가 없어. 근데 너 같은 딸 낳아서 고생하긴 했지만 엄마가 살아본 '아이가 있는 인생'은 참 좋았어. 근데 얘! 없이 사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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