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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Sep 05. 2019

내가 '일'에게 원하는 것

책_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BY. 장영학

'망했다, 이걸 놓쳤을 줄이야.'

얼마 전 회사 상사와의 면담 후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씨는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야? 워라벨? 상사의 인정?"


이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순간 적으로 저 두 가지 외에 다른 가치가 떠오르지 않았고, 저 둘은 서로 상충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둘 다 중요해서 뭐가 우선이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나의 말에 '그건 아무것도 놓지 않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름 '나'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가는 걸 좋아하는데 '일'에 대한 고민은 놓치고 지나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내가 '일'에게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발견했다.

잡 크래프팅이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

_대학시절. 

이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 없던 나는 누군가 무슨 일이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뭉뚱그려 대답했었다.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직업이요'

당시 출판/문화기획을 하는 분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팅마다 낑겨서 참여하며 했던 생각이었다. 아르바이트는 10시에서 2시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일이었지만 퇴근은 보통 7시에서 밤 12시 사이였다. 하루 종일 눌러앉아 온갖 회의에 참석하고 저녁 식사 겸 미팅 자리까지 내가 낄 수 있는 모든 자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인생 처음 내 손으로 영양제와 홍삼을 챙겨 먹은 시절이지만 정말 신나 있었다.


_첫 직장. 

그다음 첫 번째 직장에 들어갈 때 왜 이 일을 선택했냐는 질문에는 '일하다 마주치는 구석구석마다 더 공부해보고 싶은 게 가득한 일을 하고 싶어서요'라고 답했었다. 그때 그 일은 교육 쪽 일이었는데 평소 심리학과 교육학에 로망이 있던 나에게는 책을 찾아 읽고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꽤나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주말에도 최소 하루는 꼬박 강의를 듣던, 책을 읽던, 수업 커리큘럼을 짜던 했던 것 같다.


_지금. 

잡 크래프팅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다. 여기서 내가 놓쳤다고 생각했던 '일에서 내가 찾는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잡 크래프팅이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수많은 질문에 답을 해왔지만 정확한 개념으로 응축하지 못하고 말로 풀어서 설명했었다. 그때그때 다른 형태로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그 말들이 동의어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지 않던 나에게 '일'은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고, 내가 원하는 정도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금전적인 바탕을 만들어줄 수단.

그래서 잘하는 일을 선택해서 업무시간은 일을 잘하는 맛(?)으로 버티고, 그 외의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나를 잘 몰랐나 보다. 나에게 일이란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었고, 나의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서 욕심이 났고, 그 욕심은 일과 나의 흥미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현실을 버티기 어렵게 만들었다.


잡 크래프팅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업무를 재설계해 나가는 것으로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야근을 하고 상사에게 혼이 나고...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일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진폭은 정말 크다.


그러니 이제는 겁먹지 말고 해보고 싶은 일을 그냥 냅다 시작해보려고 한다.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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