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몇 군데 가봤던 독립 서점에서는 책을 몇 권씩 손에 쥐고 고르고 골라야 했다. 고개를 돌리면 갖고 싶은(읽고 싶은 것 보다도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책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한 권도 사지 않고 나왔다. 보고 또 보고 만지고 펼쳐봤지만 낯가리는 소녀마냥 선뜻 붙잡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분명 소설이나 감성적인 에세이 또는 시집을 싸들고 나올 것을 대비해 딱딱한 비문학 책 한 권 챙긴 게 다였는데... 여기 들렀다 하루 종일 카페와 공원을 전전하며 책을 읽을 예정이었던 야심찬 일정에 금이 갔다.
내 취향은 한마디로 말하면... '흔하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전시회에 가서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가의 그림은 보면 늘 포스터나 티켓 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익숙한 것을 편안해하다 보니 좋아하는 음악도 카페에서 자주 들리는 노래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인지 나와는 조금 동 떨어진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결국 한 권도 사지 않았으면서 다른 서점에 갔을 때보다 시간을 두배는 들여 서점 안을 보고 또 보고 책을 읽고 또 읽은 것도 그래서 이리라.
《책방, 오늘》에서는'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림책 조차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었다.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것들만 자꾸접하는 요즘의 내 곁에 가까이 두고 싶은 공간이다.
책을 찰떡 같이 묶어 뒀네
시간, 과학, 우주, 철학 책장 하나하나 묶어둔 주제가 눈에 띄었고. 책장 한 칸을 아우르는 인물이 또렷이 보였다.오늘 낯가리느라 쓰다듬기만 하다 왔던 궁금한 인물들을 몇 적어왔다; 실비아 플라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영화 《실비아》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 시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시와 소설 등 그 사람의 작품까지 모여 있던 인물 '실비아 플라스'
비극, 절망 등의 수식어가 가득한 그녀의 이야기를 찾아보다 보니 《책방, 오늘》에 모여있던 책들이 역시나 궁금해졌다. 내일 다시 들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