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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Oct 27. 2019

섹스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시작이다.

<인생학교: 섹스> by. 알랭 드 보통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106219



'인생학교:일'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시리즈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중 알랭 드 보통이 쓴 책이 있어 무작정 구매했다.


나에게도 언제나 난해하고 어려운 주제였던 '성'에 대해 조곤조곤 여러 각도로 거리감을 유지한 채 논하고 있다. 주제가 '섹스'이지만 지업적으로 성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나 인간들 사이의 관계, 결혼 등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또한 다소 이상적인 미래의 포르노에 대해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다.



섹스, 이 문제는 도대체 어디서 부터 어떻게 꼬여있는 걸까?

전에는 대화의 부재가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 함께 작성해 볼 수 있는 워크북을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설문조사를 해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대화의 부재' 보다도 대화의 부재를 야기하는 각자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더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섹스를 '이상하다'라고 규정지어버리는 지점이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탁하기도, 설명하기도,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더 섹시하고 자극적인 섹스를 즐기기 위한 다양한 팁을 제시하는 콘텐츠는 많다. 미용실에서 손가락 살짝 끼워뒀다가 아무도 없을 때 후다닥 잡지 사진 찍어다가 집에 가서 정독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콘텐츠는 자유로워진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실제로 일상 속에서 이 팁들이 성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런 공허한 해결책 대신에 자기가 원하는 바를 입밖에 내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sex talk이 가능하게 도와준다면 성관계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그 당시 우리의 기획의도였다. (결국,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당시 우리가 놓치고 넘어갔던 지점을 알게 되었다. 그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섹스'라는 것 자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소통하는 내용이 '내가 덜 이상해 보이게 전달하기'가 되어버리면 곤란하다. 스스로 내가 이상하지 않음을 아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내가 이상한 것이라는 전제를 무너뜨리지 못하는 이상 현재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빠져나가기 어렵다.

저자는 커플이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받는다거나 예술적이기까지 한 미래의 포르노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금적적인 부담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형 포르노의 부재 때문에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baby step부터 시작해보기

사람들이 모여 섹스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인끼리가 아니라 개개인이 모여서. 연인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섹스'를 바라보는 자신의 철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전문 상담사에게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는 것은 어렵지만 그룹상담 형식을 차용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과 결이 같은 생각, 결이 전혀 다른 생각들을 듣고 말하고,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에서 단단한 철학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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