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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Nov 25. 2019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by. 새라 케슬러

회사를 나오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는 입장에서 gigged는 혹하는 책이었다. 사자마자 들고 앉아 읽는데 점점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렇지, 세상에 그렇게 쉽기만 한 길이 있을 리 없지.


**계의 우버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새로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할 때도 '우버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라고 설명하면 모두 알아듣는다.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산업 곳곳에 퍼졌고, 핸드폰 하나로 집 밖에 나가지 않고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심부름, 음식 배달, 청소 등 자기 손으로 하던 일을 기계가 아니라 '다른 사람 손'으로 하는 것으로 바꿔주는 사업은 뭐랄까... 한마디로 씁쓸하다. 

문득 어릴 적 엄마의 잔소리가 떠올랐다. '이놈의 집구석,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그런 집구석에서 엄마는 속상해하셨었고, 이런 세상에서 '치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씁쓸하게 살아갈 것 같아 두렵다. 

gig economy를 마구 예찬할 줄 알았던 이 책은 그 어두운 면을 넘치도록 담고 있어 좋았다. 



gig 경제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좋은 미래는 개발자 등 제대로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정되어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gig경제는 이전보다 더 열악한 업무 환경을 견뎌야 하는 노동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회사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독립 계약자'형태로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는 법률이 손대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스타트업이다 뭐다 해서 알고리즘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사람을 갈아 넣어 만든 서비스들이 너무 많다. 아직은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하지 못하고 사람이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차 혁명이다. 미래 직업이다 하며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의 그림자에 빨려 들어가 보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 


gig economy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고, 점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흘러 가지는 대로 살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한 발판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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