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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Nov 25. 2019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가 좋아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by. 신미경

제목이 너무 좋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내 뿌리는 뭘까? 얼마나 튼튼할까?


제목이 좋아서 읊조리고 있자 옆에 있던 애인님이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무슨 뜻이야?'라고 물었다. 직관적으로 이해해놓고 좋아라하고 있었는데 훅 질문이 들어오니 바로 답하기 어려웠다. 잠시 고민하다가 여기서 뿌리는 일상을 지탱해주는 것들을 말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회사를 그만뒀을 때, 아플 때, 가장 쉽게 무너지는게 일상이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는 영원한 게 아니다. 병에 걸리거나, 누가 돌아가시거나, 회사에서 잘리거나 일을 그만두면 매일 똑같을 것만 같던 일상은 뒤틀어진다. 무너지기 시작한 일상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대표적으로 건강_무너진 식습관으로 위가 아파지거나, 살이 찌거나.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 제시간에 챙겨 먹고, 일주일에 운동 몇 번, 그게 우리의 뿌리다. 그것만 잘 지키고 있으면 힘든 일이 조금 내 일상을 흔들어도 그리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 


전에 나는 하루의 시작에 영향을 참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1~2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냈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가 정해진다. 


그 시간에 뿌듯한 일을(스트레칭하기, 정성 들여 아침 차려 먹기, 책 읽기, 차 마시기 등) 하면 그날 하루 종일 종종 거리며 많은 일을 한다. 하지만 늘어지기 시작하면 그대로 하루가 끝나버리기 일쑤이다. 씻지도 않고 봤던 드라마를 다시 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봤던 드라마 재탕 삼탕 하다 하루가 간다. 봤던 드라마를 또 보는 게 딱히 나쁘다기보다는 그렇게 1~2시간을 보내는 것 만으로  '오늘은 이미 끝났어. 내일을 노린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오늘을 없는 셈 쳐버리는 나의 뇌구조가 문제이다. 희한한 발상인걸 알면서 이게 잘 고쳐지지를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뿌리를 단련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아침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전에 초등학생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는 논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리츄얼'이다. 아이들이 일상과 단절되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앞으로 우리가 나눌 이야기, 읽은 책에 대한 생각에 온전히 빠질 수 있도록 해주는 시작점이다. 어릴 적 학교 수업 전에 반장이 일어나 '차렷, 경례' 하고 인사를 하고 시작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아이들과 나는 재미없는 '안녕하세요' 대신에 할 수 있는 이상한 손짓, 발짓, 몸짓, 인사 등을 고안해 냈었지만:) 그때는 리츄얼이라는 걸 나의 인생에 적용해 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리츄얼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온전히 기분 좋은 날을 보내기 위한 시작점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잘 보내기 위한 조언 어린 말들이 책에도 인터넷에도 한가득인데 그중에 명확히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하루의 시작은 전날 밤에 시작된다. 

전날 술 마시고 4시에 침대에 누우면서 뿌듯한 아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잠을 잘 자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잠들기 전 1~2시간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정한 아침 루틴은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시작된다. 

'자~자~ 아침이야. 하루가 시작했어! 오늘도 아잘' 하며 엉덩이 토닥여줄 수 있는 아침 루틴을 만들고 싶었다.



이미 하고 있는 나의 아침

>> 물을 한잔 떠놓고 잔다. (전날 밤)

창문 앞에 가로로 침대가 있고 그 침대 옆에 또 침대와 같은 방향으로 책상이 놓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침대 옆 책상 위에는 온갖 책과 스탠드, 스킨로션이 놓여있다. 거기에 자기 전 물을 한잔 새로 떠다 놓는다. 새벽에 목마를 때 의외로 유용하지만 원래 목적은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 물 한잔 마시기 위함이다. 

>> 자기 전에 얼굴에 크림 한 번 더 (전날 밤)

잠자기 직전이 아니라 저녁 먹고 좀 있으면 씻고 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잠들기 전이면 아까 바른 스킨로션은 이미 스며들어 사라진 지 오래이다. 얼굴이 조금 답답하면 화장솜에 스킨을 묻혀 한번 닦아내고 다시 크림이나 오일을 바르고, 괜찮은 날은 그냥 닦아내지 않고 위에 바르고 눕는다. 얼마 전 구입한 라벤더 오일은 이때 손바닥에 똑똑 떨어트려 두 손으로 열을 낸 다음 얼굴과 목 뒤를 설렁설렁 주물러 주면 잘 준비 완성. (라벤더 오일은 발바닥에 바르라던데 왠지 아무 효과가 없는 것만 같아 자꾸 건너뛴다.)

>> 커튼을 걷는다.
창문 바로 앞에 가로등이 있어 밤에도 불빛이 새어 들어오기 때문에 암막 커튼을 닫고 잠든다. 하지만 정직한 나의 생체리듬은 해가 뜨고 지고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커튼부터 걷는다. 눈꺼풀 위로 느껴지는 아침햇살이 나를 깨우도록.

>> 그러고 나서 침대에 기대앉아 물부터 한잔 마신다.
전날 밤에 물을 한잔 떠서 침대 옆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기 때문에 딱 실온에 맞춰진 물을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마시며 창문 앞 나무 구경을 한다. 집 바로 앞에 나무가 있어 사계절이 그대로 보인다. 앙상한 나무부터 새싹이 돋아나고 무성한 초록이 한참이더니 요즘은 붉게 물든 나뭇잎이 비 내리듯 떨어지는 중이다. 

몇 번 시도했지만 사라져 버린 아침 루틴들

>>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전날 밤)
블루라이트 차단을 해두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고 들어가는 핸드폰은 솔직히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좋은 점이 한 개도 없다. 수면방해, 시간낭비, 눈 건강도 해치고, 심지어 때로는 두통도 유발한다. 그래서 침대에서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핸드폰 잠자리를 만들었다. 잠자리에 들러 방에 들어오면서 폰을 놓고 내려놓을 수 있는 곳으로.

>> 음악, 스트레칭, 책 (전날 밤)
잠자기 전 한 시간 정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다가도 10시쯤부터 책을 읽다가 잠들면 괜히 하루를 잘 보낸 것 같을 때가 있다. '마무리'의 중요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극단 적으로 자기 직전까지 공포영화를 봐놓고 포근한 밤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11시에서 남은 한 시간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팔다리 허리 어깨 등을 쭉쭉 펴주는데 쓰고 싶다. 그 한 시간이 하루를 잘 보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게 만들어주니까. 

>> 스트레칭
잠깐씩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루틴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몸을 움직이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점점 기온이 내려가고 침대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나의 아침이 충분히 힘들 때는. 하지만 차 한잔 떠놓고 요가 매트에 앉기만 할 수 있으면 그다음에는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눈을 감고 근육 한줄기 한줄기를 늘리며 서서히 잠에서 깰 수 있다.

>> 아침 챙겨먹기
학교 다닐 때는 6시에 눈을 뜨고 식탁에 앉아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을 눈을 감은 채로 먹을 수 있었는데. 아침 삼겹살쯤이야 가볍게 소화시킬 수 있었는데... 지금 내 위는 그렇게 까지 야심 차지 못하다. 아침에 일어나 꼬르륵 소리가 나도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소리가 나면 나는 대로 내버려 두기 일쑤인데 꼬르륵 소리를 무시하는 그 마음이 편치는 않다. 아침식사가 건강에 그렇게 중요하다는데, 이렇게 위를 방치해도 정말 괜찮나? 그렇게 생각해서 가끔 일주일치 호박 수프를 드럼통에 끓이기도 하고, 아침에 갈아 마실 일주일치 야채를 미리 손질해두기도 한다. 그 정도 애를 미리 써놓고도 아침밥을 챙겨 먹는 게 쉽지가 않으니 갈길이 멀다. 



1월 1일부터 시작하는 새해의 다짐 따위 30년째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엔 그냥 아무 날인 오늘 2019/11/25에 시작했다. 습관이 자리 잡는데 필요하다는 66일간 위의 루틴을 얼마나 지키는지 @chew___over에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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