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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Sep 24. 2019

그럴싸한 인터뷰어 되는 법

직업탐구_인터뷰어

한 때 버킷리스트에다가 '100명 인터뷰하기' 이런 요상하게 야심찬 계획을 써두기도 했었는데 정작 인터뷰를 해본 적은 없었다.


얼마 전 만났던 문화기획자는 기획자라는 직업이 '고수기행'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협업해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도 비슷한 면이 있다. 내가 궁금했던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평소 궁금했던 '문화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길에 내가 준비한 질문이 성에 차지 않아 이리저리 알아보다 인터뷰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주문했었다. 첫 번째 인터뷰는 비록 미숙한 채로 진행될지라도 앞으로 이런 기회를 또 만들고 싶었고, 그때는 더 잘하고 싶었다.


인터뷰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다가는 1~2시간이 훌쩍 무의미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버린다. 내가 궁금한 게 뭔지 고민해 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머릿속에 막연히 '?'만 떠다닐 뿐.


그냥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위한 만남은 일방적이다.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원하던 답변을 얻었다면 그 만남은 100점이다. 하지만 인터뷰는 일방적으로 정리되는 관계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터뷰어가 있고, 인터뷰이가 있고, 독자가 있다. 이 셋 중 어느 한 부분이 찌그러진 인터뷰가 되지 않으려면 각각의 입장에 대해 사전에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뷰어 : 잘 알려지지 않은 내 직업에 대해 알리고 싶을 수도, 멋모르고 이 직업으로 뛰어드는 불나방들에게 경고를 날리고 싶을 수도, 기획의 전면에 스지 않고 뒷배경으로 가려지는 기획자의 숙명을 거슬러 나를 알리고 싶을 수도. 10명의 인터뷰어가 있다면 10가지의 니즈가 있다. 이 부분을 미리 고민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터뷰이 :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미리 파악해 적절한 인터뷰어를 찾아 속시원히 정리해주고 싶기도 하다.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인물을 발굴해 보고 싶기도 하다.

독자 : 나도 한 사람의 독자임에도 독자들의 의중 파악이 가장 어렵다. = 모르겠다.




첫 번째 인터뷰는 50점으로 막을 내렸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인터뷰 특강>에서 밑줄 그은 부분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인터뷰 특강> by. 지승호
그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공부하라.

인터뷰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를 공부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김현정 앵커의 경우 라디오에서 생방송으로 하루에 3명씩 10년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1만 3천여 명이라고 하니 그 양이 감이 잘 안 온다. 그녀는 지승호 인터뷰어와 비슷하게 인터뷰에서 사전 준비를 강조한다. 인터뷰는 보물 찾기와 비슷하다. 어디를 찾을지를 알아야 그 지점을 집중적으로 탐색할 수 있고 그 보물의 한구석이 보였을 때 진짜 보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자기 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고수 역할을 잘해야 해요. 판소리 할 때 판소리 하는 사람이 신나게 자기 판을 벌일 수 있도록 '얼쑤' 해주는 사람이죠. 흥이 올라갈 때 흥을 더 돋우어 주고 다운돼 있을 때는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진행자가 그 역할을 잘 해내면 100을 준비한 인터뷰이가 120을 털어놓고 가는 거죠."  

[출처] [인터뷰 기사 스크랩] 《앵커 김현정》 오늘도 #1212 열어놓고 출발~합니다!|작성자 빨강 늑대



인터뷰 준비과정

인터뷰 대상을 누구로 할지

인터뷰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주제 선정)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인터뷰의 대략적인 흐름을 잡을 것

인터뷰이의 생각에 인터뷰어가 어느 정도 개입할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시 어떻게 해결할지


가족 등 가까운 사람 서로 인터뷰해보기.

인터뷰이의 입장에 직접 서보지 않으면 인터뷰 기사와 실제 인물이 얼마나 따로 놀 수 있는지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를 당해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꽤 난이도 높은 도전이 될 수 있다.

 

그 사람을 만나야지,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나면 안 된다.

인터뷰이에 대한 공부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갇혀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도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이야기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면 인터뷰어가 굉장히 객관적이고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


인터뷰는 그 사람이 하는 말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질문을 해놓고 듣지 않고 다음 질문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소통을 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뽑아 듣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대로만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열심히 인터뷰이에 대해 조사를 하되, 인터뷰를 시작하면 모두 잊어버리고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

선입견이 인터뷰에서 갖는 위험함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인터뷰이는 어떤 인터뷰어를 만나도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인터뷰어는 그 사람의 원래 의도를 파악해서 답변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인터뷰 자료 조사는 뻔한 대답이 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과거 **인터뷰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이렇게 답변하셨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은 여러 인터뷰에서 반복되어왔던 답변 대신에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대로인지,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바뀌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같은 생각을 오랜 시간 고수하고 계신지. 등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연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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