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서도 Untact시대에 발맞춰 각 부서들에게 대면보고를 줄이라는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제도를 고쳐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실행 집단이 그걸 안 받아들이면 그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그 보수적인 집단인 우리도 최대한 대면보고를 줄이자고 노력하고 있다.
본사에서 잘 되고 있으니 중국도 잘 되고 있을까? 중국에서의 우리 조직은 아직 아니다.
내일부터 중국 여기저기 출장을 다닌다. 약 한 달 이상의 일정이다.
법인장 실에 들어갔다.
너무 일정이 빠듯한 거 아니야? 병나겠는데?
이 분이 날 진짜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아닌지 잘 판단이 안 선다.
그러자, 옆에 부장님이 그런다. 매주 법인장께 와서 대면보고를 해.
한국에서 부산-울산도 아니고 중국에서 저어기~남쪽 광저우까지 갔다가 다시 비행기로 2시간 넘게 걸리는 여기까지 보고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도로에 버리는 비용도 비용이고, 나도 왔다 갔다 하려면 힘들다. 물론, 여기에 내 보금자리(가족)가 있다면 그럴 수 있지만, 난 현재 출장 파견 신분이다.
왜 이러시는 걸까...
이 분의 주장은 단 하나다.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친해져야 한다.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너 혼자 잘한다고 다녀봤자 아무도 안 알아준다.
그렇다고, 한 주에 한 번 씩 왔다 갔다 하면서 대면보고하고 술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영업은 시간이 생명이다. 최대한 시간을 잘 활용하여 잠재고객을 개발하고 수주기회를 물색 하는 게 영업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누가 몰라준다고 일을 안 할 것인가? 그럴 거면 아예 이 시국에 중국 자체를 안 왔을 것이다.
안 친하다고 수주 해온 걸 안 만들어주나? 영업이 수주를 해오고 이익을 남겨야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것이고(우리 중국 직원만 600명 이상이다), 수주했는데 제품을 안 만든다는 것은 말 도 안 된다. 또한 제품 불량 났는데 개인적으로 안친하다고 A/S 늑장 대응을 할 수 도 없다.
물론 이해 관계자들과 친하면 당연히 업무하는 데 편한 것이 있지만, 거기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많이 할애한다고 해서 수주 못했는데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라고 이야기 할 사람은 없다. 수주 못하면 결국 영업 책임이다.
내가 1주마다 와서 보고를 하면, 물론 소통은 훨씬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에서도 ZOOM으로 화상회의를 많이 한다. ZOOM으로 하면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어려운 것들이 반드시 있긴 하다. 하지만 Questionaire만 준비 잘하고 익숙해지다 보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화상회의다. 난 오히려 요즘 같은 시대가 제대로 된 제품 기획력이 있고 저비용의 제품을 생산한다면 영업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한국본사하고 중국도 경영회의는 매번 화상회의로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우리 법인까지 오는 시간 보다 광저우에서 우리 법인까지 오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불편한 사실...그렇다면 본사랑 중국법인도 격주로 대면 회의해도 될터인데...
화상회의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왔다 갔다 하면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습니다!라고 법인장께 이야긴 못하고 2주에 한 번 정도는 와서 대면보고드리겠습니다...로 나름 절충한 조건을 냈고 법인장께서도 수락을 했다.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 ㅎㅎㅎ... 서서히 바꿔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