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대비하고 매뉴얼을 만들자
해외 단기 파견이라던지 주재원이라던지 나가기 전에 회사에서는 언어 위주로만 생각한다. 일단 영어성적 + 해당 국가 언어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거나, 그게 안 된다고 하더라도 사업부에서 이 직원은 해외로 꼭 보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 언어 성적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일단 보내고, 회사가 설정한 어학성적이 될 때까지 수당을 70% 또는 80% 주고 보낸다.
물론, 인사, 총무, 재무, 기획 등의 경영지원 업무 종사자는 일정 수준의 언어 수준만 가능하면 해외에서 업무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가능하지 않아도 중국에는 어디서든 한국어가 가능한 조선족 또는 한족 직원들이 있어 언어적으로 크게 힘든 일은 없다.
하지만, 일선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가진 상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중국기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해외영업사원에게는 그 나라의 문화 및 그 나라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철저하게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강먼시'에 있는 '이XX' 라는 곳에 방문했다. 중국 신인프라 정책에 발맞춰 태양광, 데이터센터,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차 충전함 등을 제작하는 회사이다. 10000명 이상의 직원이 있으니 회사 규모는 꽤 된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소개를 듣고, 질문/답변 시간을 간단히 마친 후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됐다. 중국은 워낙 크다 보니 이동시간이 길어 웬만하면 방문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인 것 같았다. 그리고 메뉴는 항상 그 지역 요리로만 나왔다. 북경시에서는 북경오리, 광주시에서는 해산물 요리, 불산시에서는 불산에서 유명한 '루위'라는 뼈가 별로 없는 생선 요리 등이 나왔다.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는 요리다. 우리 지역 요리는 다른 지역 요리에 비해 어떻다 어떻다... 중국 각 지역의 요리 문화만 잘 알아도 식사 자리는 원만하게 가질 수 있다.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한국이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강의 기적'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랬더니 동사 신인프라 정책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중국 '후베이 성'에도 '한성'이 있는데, 한국 서울의 옛 표기도 '한성'이 아니냐? '후베이 성'에도 '한강'이 있다. 한국의 한강韩(대한민국의 한)江도 한강汉(중국 한족 할 때 한)江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 개뼈다귀 같은 뚱땡이가 뭐라는 거지? 엎어버릴 수도 없고... 하다가. 일단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괜히 무리했다가 내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도 너무나 분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외형적인 걸 따지면 안 되지만, 학벌도, 회사 규모도, 외모?ㅋ도 다 안 되는 것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영업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뇌리를 빙빙 돌았다.
그러다 뭐 그래도 회사에서 대표로 중국시장 개발/확장하라고 사장님까지 내 이름을 2~3번 언급한 이 마당에 그만둘 수도 없다. 존심이 있지.
뭐... 이런 일이 오늘만 일어나겠어? 일단 대응 매뉴얼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뭐 기분이 많이 안 상하게 하면서 자존심을 어느 정도는 세울 수 있는 잠정 대응 매뉴얼은 아래 정도 생각이 났다.
- 내가 중국 북 OO대 OO 나왔는데, 중국인 친구가 역사학과 나와서 복단대 부교수 하고 외교부에서도 일했는데, 그런 친구도 나한테 당신이 방금 말한 사실은 한 번도 말 안 했는데... 당신은 학부 때 전공이 역사학입니까?(권위자를 활용/ 개인 친분 활용)
- 옆에 있는 우리 측 중국 직원/대리상 또는 상대편 쪽 인원에게 한 명씩 물어보는 거다. 당신은 아는 사실이냐? 어떻게 생각하느냐?(이이제이? 중국인끼리 의견을 나누게 함. 개중에는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사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1명 정도는 있을 것이기 때문)
- 후베이성 인구랑 GDP가 어느 정도 되죠? 우리는 4,500만 명에 35,000불인데... 혹시 그 말이 맞다면 한국사람이 예전에 후베이로 건너가진 않았을까요?(화제 전환하면서 비교대상과의 비교우위를 내세우는 전략... 웃으면서 해야겠죠?ㅋ 너무 기분 안 나쁘게 하려면)
- 오늘 원불교 설교 말씀을 듣는데 이것도 대응 매뉴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엽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큰 관점에서이다. 타인의 평가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말고 '진리'의 평가만 기다리라고 하시는 거였다. 즉,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내가 떳떳하면 '침묵'으로 대응하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물론, 위와 같은 상황에서 엄청 침묵하면 분위기를 망쳐버릴 수 있으니, 한 3초 5초 간 침묵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내 심기가 좀 불편하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하하하.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어쨌든 국제표기에는 서울, 한강(韩江)이라 돼있습니다.
국내 영업과 해외영업이 다른 것은 국내가 해외로 변경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업을 하려면 우리나라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아야 한다. 해외도 동일하다. 해외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하고, 그 나라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개인적으로도 회사 전체적으로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해외 주재원을 선발할 시에 언어 외에도 해당 지역전문가 과정을 마련하여, 지역문화, 소통방식, 비즈니스 방식, 난감한 질문 시 대응 매뉴얼 등을 습득한 후에 해외로 보내길 바란다.
만약, 회사에서 안 해준다면 예비 영업 주재원 여러분들은 혼자서라도 비즈니스 시, 특히 업무 미팅이 아닌 식사 테이블 자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대해서 미리 대비를 하기 바란다. 중국에서 영업의 시작과 마무리는 언제나 On/Under the tab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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