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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팀장의 유산

도전은 내부에서 시작된다

by 둥이빠바




CJ는 지난 몇년간 해외 중동팀 팀장으로 부임. 수주보다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현지 대응력을 키우며 작지만 단단한 기반을 닦았다. 이제 그 결실이 맺히려는 찰나, 그는 유럽·러시아 팀으로 이동되었다.


회사에서 러시아가 중요한데 조직적인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러시아였다. 제재 여파로 시장은 얼어붙었고, 타지역 거래선도 제대로 안돌아갔다. 더 큰 문제는, 이전 팀장이 ‘25년 실적 목표를 터무니없이 높게 잡아놓고는 해외 지사로 떠나버렸다는 것.


남겨진 CJ와 팀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팀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CJ는 이전 팀장이 저질러 놓은 곳에 던져진 자신이 너무 허탈했다. 그리고 또 하나—기존 팀원들은 이전 팀장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매일을 버티는 데 익숙한 그들에게, CJ가 말하는 도전과 긍정은 추상적인 이상처럼 들릴 뿐이었다.


“실적은 못 속여. 하지만 스토리는 만들 수 있어.”


그는 러시아 실적의 근거 없는 목표치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전환 전략, 신규 유럽 시장 개척, 그리고 제재 완화 가능성을 담은 시나리오 플랜을 임원 보고서에 녹였다. 숫자보다 명확한 로드맵과, 팀의 전략적 가치를 설득 카드로 꺼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 진짜 하고 싶은 영업은 뭐죠?” 작은 대화와 피드백을 반복하며, CJ는 팀원들을 수동적인 조직문화에서 능동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실적보다 더 어려운 과제—바로 팀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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