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복병
CJ 팀장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표정을 잠깐 바라봤다. 안면은 발그레하게 홍조가 있었고 머리는 먼지가 가득 찬 것 처럼 무거웠다.
팀원들은 CJ가 부임하기 전 러시아 거래처에 수차례 연락을 넣었다고 보고했다.
“정말 연락을 한건가? 메일에 남은 건 없는데? 전화를 진짜 했을까?” 메일만 보내고 연락없다고 하는 건 아닐까?
CJ는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직접 확인해봐야 안다는 걸. 사람을 믿는게 아니라 Fact를 믿어야 한다는 걸.
그래서 그는 결국 직접 전화를 걸었다. 늘 그랬듯, 마지막은 자기 몫이었다. 전화 한 통. 러시아까지 닿는 그 길은 결코 멀지 않았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곧바로 상대방이 받았다.
“CJ 팀장님이시죠? 직접 연락 주셔서 다행입니다. 저희도 미수금은 당연히 드릴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먼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재고를 좀 처리해 주셔야 해서요.”
CJ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러시아 고객사라서 문화도, 방식도, 조건도 다를 거라 생각은 했지만, '재고'라는 이 변수는 미처 시나리오에 없었다.
머릿속안은 정말 케이아스 상태였다. 재고를 인수하면, 그만큼 또 팔아야 해. 어디에? 신규로 발굴한 거래처? 그러면 올해 실적은 줄어들 텐데. 목표 달성이… 차질, 두 글자가 그녀의 이마를 눌렀다.
CJ는 고개를 들고 요즘 삼성헬스에서 제공하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심호흡을 했다. 걱정은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먼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노트를 펼쳤다.
1. 러시아 고객사 재고 수량 및 금액 확인 – ASAP.
예상 못 한 일이 터졌다고 해서 무너질 CJ가 아니다. 그녀는 심호흡을한 번 더 하고 재고가 얼마 없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재고가 얼마 있고 상태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