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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an 23. 2023

이름 모를 가게들

런던을 거닐며


날이 흐렸다. 나는 노팅힐 서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주변은 모두 울적하게 젖어 있었다. 나무와 자동차, 파스텔 색 건물, 오래된 벽돌, 수군대는 말소리…


어제오늘 이름 모를 수많은 가게들을 지나쳤다. 잠시 멈춰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도 했다. 여행을 마친 지금, 가볍게 건너뛴 아침 식사처럼 그저 지나친 이름 모를 가게들이 삼삼히 떠오른다. 간판 없는 초콜릿 가게, 칠이 벗겨진 문이 있던 카페, 영국 국기가 달린 랍스터 가게, 간판보다 가게 안에 쌓인 책이 먼저 눈에 띈 서점…,


내가 지나친 것들은 모두 이름을 가졌지만 끝내 나는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음에 남는 건 언제나 그들의 이름이었다. 여행은 항상 나를 미련하게 만들었다. 다신 볼 수 없는 풍경들을 원하게 만들었고 거리의 멜로디를 그리워하게 만들었으며 소란한 외국어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늘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도시에게, 거리에게, 풍경에게, 나를 스쳐 지나간 이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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