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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Feb 12. 2023

모래성을 허물듯 애틋한 마음으로

체리 브라우니 머핀

어둠의 바다에 하나 둘 불꽃이 터진다. 점점 선명해지는 핑크빛 하늘과 구름. 걷던 일을 멈추고 모두 그 자리에 서서 핸드폰 카메라로 하늘을 찍는다. 언젠가부터 핑크, 보라, 인디고, 주황 등의 색이 깔린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무언갈 자꾸 들추게 되면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로맨틱과 낭만의 사이, 행복과 애틋의 사이, 현재와 과거의 사이 같은 것들. 작고 사랑스러운 이 컵케이크를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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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들락날락하는 집 앞 단골 카페가 있다. 사장님은 열두 시 오픈과 동시에 카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늘의 디저트 라인업을 소개한다. 오늘 올린 사진엔 한 동안 잠잠했던 디저트가 보였다. 체리촉, 체리 브라우니 머핀이었다.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한 동안 잠잠했던 체리촉을 만든 것이다. 단걸음에 카페로 달려갔다.

흰 접시에 담긴 컵케이크의 유산지를 조심스레 떼어냈다. 케이크 온몸 곳곳에 유산지가 지나간 일직선의 마음들이 묻어있다. 올곧은 수평의 무늬들을 손으로 매만져 보다가 그대로 케이크를 들고 한입 베어 먹었다. 알알이 씹히는 통조림 체리와 코코아시트의 묵직함. 체리크림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맛. 밤의 불꽃놀이였다.

하나의 컵케이크에는 여러 모양의 마음이 있다. 입으로 경쾌히 베어 먹는 설렘과 발랄함, 포크로 옆구리 쪽을 조심스레 가르는 소심하고 애틋한 마음, 칼로 절반을 가르는 무모함과 굳건 믿음. 나 역시 하나의 컵케이크를 둘이서 나눠 먹을 땐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포크질과 칼질이 달라지기도 했다. 너 한입, 나 한입 손을 바꿔가며 입을 맞대는 가 하면 깔끔하게 절반의 몫을 나눠 가지기도 했다.


입으로 한 입 베어 먹고 포크로 컵케이크의 이곳저곳을 퍼 먹었다. 처음엔 힘차게 먹다가 맨 위의 체리가 흔들릴 때면 모래성 게임을 하듯 조심조심 먹었다. 허물어 사라져 가는 것을 봐야만 하는 아쉬움. 크림과 케이크를 다 먹은 후엔 포크 등으로 떨어진 조각들을 하나 둘 모아 먹었다. 마치 아름다운 노을을 마음에 품은 것처럼, 밤하늘에 퍼지는 커다란 불꽃을 한 없이 바라보는 것처럼 미련 없이 꾹꾹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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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dessert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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