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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Aug 04. 2021

토닥토닥, 위로 한 조각

맛도 모양도 예쁜 수제케이크 전문점 “케익크”

기분이 울적할 때 푹 꺼진 마음을 위로받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품이 전하는 몽롱한 촉감, 군침 도는 맛있는 음식들, 기분 좋은 멜로디의 음악과 드라이브, 떠들썩한 미소와 상냥한 이야기 등.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기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사랑하는 만남 속에서, 소중한 그 시간 안에서 마침내 그 자취를 감춘다. 


‘우울할 때면 단 것을 먹어라’와 같은 공식에 응하듯, 기분이 울적하거나 다운될 때면 케이크를 꼭 찾는다. 형형색색의 생크림이 발린 멋스러운 케이크가 아닌 풍성한 구름 같은, 달콤하고 하얀 생크림 케이크.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상냥한 맛이 도드라지는 초코케이크. 새콤달콤 제철과일이 콕콕 박힌 귀여운 과일케이크.  

아삭아삭 복숭아케이크

동네에 좋아하는 케이크 집이 있다. 이름도 신기한 ‘케익크(keic)’다. 온화한 사장님의 부드러운 손길을 거쳐 오밀조밀 만들어지는 디저트라 그런지, 케이크의 맛 또한 상냥하기 그지없다. 여름철 이맘때쯤이면 복숭아케이크가 인기다. 아삭아삭 연분홍빛 복숭아를 꽃잎 크기로 조그맣게 잘라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케이크 산 위에 조심스레 얹는다. 복숭아는 그 품에서 고요히 손님들을 맞이한다. 포크로 한 입 살포시 떠먹으면 복숭아의 싱그러움, 생크림의 아늑함, 제누와즈의 다정다감함이 단번에 밀려온다. 


케익크는 2인석 테이블 3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라 카운터 옆 작업대에서 과자와 케이크가 구워지는 시간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오후 두 시의 버터 향 가득한 제누와즈 냄새, 오븐 속 구움과자의 따끈따끈 맛있는 냄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운만으로 묵혀있던 고민들은 점점 과거가 된다. 또르르 유리잔에 얼음 부딪히는 소리, 휘적휘적 생크림 만드는 소리, 사각사각 원두 가는 소리, 자잘한 소음들이 섞여 있는 아늑한 곳. 언젠간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 공간이다. 

진한 초코케이크

쇼케이스 안에서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케이크와 타르트를 바라본다. ‘와, 예쁘다’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카메라 셔터음이 그 뒤를 잇는다. 케이크의 삶을 조용히 생각해 본다. 어쩐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오후의 햇살 같은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케이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안을 풍성히 채워줄 바닐라빈 듬뿍 넣은 생크림 같은 존재를 꿈꾸며 남은 커피를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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