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에서 400까지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우주에 관한 영상이 떴다. 수학과 과학에는 전혀 일가견이 없었지만 미지의 세계, 미스터리 한 사건 사고 등을 좋아하는 나로선 광활한 우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다. 그렇게 영상을 보던 중 나의 관심을 끈 대사가 있었다. 그것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수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수성을 소개하는 성우의 말에 뭔가 마음이 흠칫했다.
‘거대한 태양에 그을린 초라한 별’
‘태양에 너무 다가간 별은 이렇게 된다.’
태양에 너무 가까워지려다 보니 수성의 낮 온도는 400도를 웃돌고, 밤에는 영하 180도까지 떨어진다. 또 기온이 극과 극을 오가서 수성의 표면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있고 크기에 비해 중력이 커서 보기보다 무겁다고 한다.
수성은 태양과 너무 가까이에 있다 보니 망원경으로 관측이 힘들어서 궤도에 진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다른 행성들과 많이 떨어져 있어 태양계에서 가장 외로운 행성이라고 불린다.
나는 핸드폰 화면에 담긴 수성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그 사람의 주변에 항상 내가 있기를 바라는 그 아린 마음을.
나 역시 그 감정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던 나날들이 있었다. 그는 마치 태양 같은 존재였고, 나는 그의 빛에 이끌려 불 속으로 뛰어들기에 바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몰라 무수히 많은 상처를 남겨야만 했던 지난날들을,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기분이 극과 극을 오가며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도 그의 곁에 한시라도 더 붙어 있기를 기도했던 과거의 바라진 날들을 생각했다. 외로워도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던 하루들을 보내는데 이상하게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날들도 있었다. 언제까지고 그가 그 자리에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언젠간 내가 사라지고 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걸까.
면역을 기르고 길러도 아주 사소한 것에 긁히기 쉬운 것이 관계로 인한 상처다. 사랑을 해본 이들은 모두 수성의 기분을 잘 알고 있다. 언젠간 태양도 빛을 잃을 테고, 수성 역시 다른 행성과 충돌하여 여러 조각으로 분리되어 드넓은 우주를 떠도는 암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아져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별들을 바라보게 된다. 밤하늘 아래 그와 함께 지나쳤던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내가 네 일부가 되진 못했어도 우리가 함께 있던 그 사실만으로 만족했던 날들에 웃음을 보내면서.